(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취임 19일째를 맞은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두 번째로 본점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출입 저지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시간외수당 미지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한채 지속되면서, 신임 행장의 정상 출근이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 행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출근길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 취임 이후 두 번째 출근 시도였지만, 건물 출입구를 점거한 노조원들과 대치한 끝에 끝내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장 행장은 현장에서 노조 측과 만나 “그간 진행 상황이 있었고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이른 시일 내 소통해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조는 총액인건비제도 예외 승인과 관련해 정부와 사측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출근 저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도 적용으로 시간외근무 수당이 보상휴가로 대체됐지만, 실제로는 휴가 사용이 쉽지 않은 구조여서 사실상 임금 체불 상태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인건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장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윤종원 전 행장 취임 당시에도 노조의 출근 저지가 27일간 이어졌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사태 역시 단기간에 매듭짓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기업은행 시간외수당 미지급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총액인건비제도 예외 적용을 조건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증원 대신 업무 재배치와 전산 및 업무 시스템 개선을 통해 초과근무 구조 자체를 손질하라는 요구도 함께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융위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에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걸려 있다. 총액인건비제도는 공공부문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인 만큼 기업은행에 대한 예외가 인정될 경우 유사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미지급 임금 처리 방식 역시 노사 간 간극이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미지급 수당을 일시에 지급할 경우 자본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장기 분할 지급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노조는 장기 분할 지급이 임금체불 상태를 지연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지급 수당 규모를 둘러싼 시각차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78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금액에 대해 노조가 지난해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향후 정산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를 두고 추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장 행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정부에 기업은행의 총액인건비제도 예외 승인을 설명하고 있고,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장 행장의 두 번째 출근 시도가 가로막히면서 협상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상적인 출근과 이에 따른 지휘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도 개선이나 지급 방식 논의가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기업은행만의 노사 갈등이라기보다 공공기관 인건비 제도가 현장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노사 갈등을 조율하면서 정부와의 협의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신임 행장의 부담이 상당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