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금융당국이 1년 넘게 추진해온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제정안이 공개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의 적극적 행사를 통해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는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일종의 역할규범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일 공동 주최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공개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T/F의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안)’에 대해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engagement(적극적 대화와 관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핵심요소로 강조했던 ‘기관투자자간 협력 원칙’이 이번 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며 “금융위의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번에 발표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 원칙은 크게 7가지로, △수탁자의 책임 정책 제정⋅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지속적 점검⋅감시,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내역과 그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 보고⋅공개,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 등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 상장기업 주식의 상당 비율을 기관투자자가 차지하고 있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주총회 안건 반대율은 2%에 불과하다. 특히 현행법에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과 의결권행사책임에 관한 규정이 매우 체계적으로 완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탁자책임 활동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당초 “주최 측에서 보내 준 Code 초안에는 분명 ‘기관투자자간 협력’에 대한 원칙이 있었으나, 11월 30일자 최종안에서는 이것이 삭제 되었”다며 의문을 제기하였다.
즉, 초안에는 ‘기관투자자가 필요한 경우 engagement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다른 투자자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고려해야 한다’(U.K. Code Principle 5)고 되어 있었으나, 이것이 삭제되고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이행을 위한 역량과 전문성 확보’(Japan Code Principle 7)로 교체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스튜어십 코드 도입에 부정적인 재계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의심된다”며 “한국의 현실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기관투자자 간의 협력(collective engagement)’ 원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우선적으로, 코드의 이행을 위해 기관투자자가 단독 또는 협력하여 engagement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식등의 대량보유신고(5% rule)는 본인 및 특별관계자의 보유지분까지 합산한 지분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공동보유자도 특별관계자에 포함되므로, 기관투자자들이 협의체를 통해 engagement에 나설 경우 공동보유자로 간주되어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또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는 대량보유신고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열거된 ‘경영참가’ 목적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기관투자자의 engagement 활동에 제약이 따르거나, 또는 이를 핑계로 적극적인 활동을 회피할 유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융위가 자본시장법령의 관련 조항을 명확하게 개정함은 물론 비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나 가이드라인 제시 등의 형태로 이러한 법률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조 격인 영국의 감독당국은 ‘의결권의 공동 행사를 통해 피투자회사의 경영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합의가 있을 때에만 공동보유자로 간주하고, 일회성의 협의나 공감대 형성은 공동보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제시함으로써 기관투자자들간의 협력(collective engagement)을 촉진하는 모습을 보였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안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제정안의 ‘원칙의 적용’ 부분에 코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주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 영국이 2년마다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점검 주기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드의 주관기관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금융위 또는 금감원이 코드의 주관기관 역할을 맡고, 주관기관의 업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안착을 위해서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적극적 역할과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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