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배우 박해일의 건강보험료 미납 관련 세무사의 미숙이 원인으로 설명하는 보도에 대해 1만2000명의 세무사를 대표하는 한국세무사회가 법적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탈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세무사 미숙이나 실수를 사유로 내세워 전문자격사로서 세무사를 폄훼하는 행위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세무사회는 28일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및 연예인 세금탈루 등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세무사에게 전가하는 등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는 경우 진위여부를 끝까지 밝히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배우 박씨는 아내회사에 위장취업, 직장인 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수법으로 2012년부터 4년간 7490만원의 보험료를 고의로 미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1일 이후 일부 언론은 박씨의 소속사 HM엔터테인먼트 측이 세무사의 실수로 발생한 일이며, 공단의 연락은 받고 미납 보험료를 모두 납부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한국세무사회에는 “세무사가 동네북이냐”, “세무사 명예훼손에 대해 강력 대응하라”, “명명백백히 진상을 밝히고 법적 조치를 취하라” 등 소속 세무사들의 항의성 문의가 쏟아졌다.
건강보험 관련이 세무사 본연의 직무도 아니며, 설사 대행하더라도 건강보험 신고 등은 개인 인적사항이 들어가기 때문에 박씨 본인 동의 없이 아내 회사의 직원으로 등록할 수가 없으며, 동의없이 임의로 등록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전문자격사인 세무사가 이런 초보 중 초보적 사안을 몰라서 위반한다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이 세무사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은 고위공직자이나 연예인 탈세문제가 발생하면 매사 세무사 탓을 하는 것이 정례처럼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모 전 헌법재판관(2005년), 이모 전 대법원장(2007년), 김모 전 외교통상부장관(2010년), 정모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2011년) 등의 인사청문회와 연예인 강호동(2011년), 배우 송혜교(2014년) 등의 세금탈루 사건에서 각 당사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세무사 실수”라고 책임을 미루었다.
2010년 김 모 전 외교부장관 인사청문회 때 주택매매 다운계약서를 세무사가 작성했다고 발언했으나, 한국세무사회의 해명요청에 대해 “본인의 착오”라고 답했다. 2011년 정모 전 문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본인 자녀의 이중 소득공제를 ‘세무사의 착오’라고 했으나, 바로 당일 세무사회의 항의를 받고 “자신의 의원실 실수”라고 정정했다.
2011년 연예인 강호동씨도 수억원 추징 사유를 세무사의 신고착오라고 주장했으며, 2014년 배우 송혜교씨는 25억원 탈루 사건에서 마찬가지로 세무사 실수라고 주장하다 빈축을 샀다. 당시 송씨의 업무를 처리한 건 공인회계사였기 때문이다.
송씨 사건에 대해 송만영 세무사회 홍보이사는 “‘세금’과 관련된 문제이니 자격사 구분을 못하고 ‘세무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연예계의 인식 결여가 세무사라는 조세전문자격사의 명예를 한 방에 실추시킨 어이없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은 “앞으로 인사청문회나 연예인 탈세 등과 관련해 납세자 권익보호에 매진하는 세무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거나 허위 주장을 펴는 경우에는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공인은 자신의 문제에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씨는 26일 소속사를 통해 “‘세무사의 실수로 박해일이 아내 회사에 실수로 등록되었다’ 등의 언급은 한 적이 없다”며 “세무사를 언급한 기사 등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에 대해 모두 삭제요청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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