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방송 제작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야 할 세금을 다른 기관에 떠넘겼다가 지연손해금까지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12부(이종록 부장판사)는 대전마케팅공사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진흥원은 마케팅공사 소유였던 대전 유성구 옛 엑스포과학공원 내 용지 6만6천115㎡를 건축물 사용승인서 교부일로부터 30년간 무상 사용해 스튜디오큐브를 설립하기로 대전시 등과 계약했다.
사업 용지 관련 제세공과금은 건축물 사용승인일 전까지는 대전시가, 이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각각 내기로 뜻을 모았다.
그런데 2017년 6월 28일 유성구청장의 건축물 사용 승인 이후 부과된 2018년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 주체를 놓고 협의 문구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했다.
"협의에 따라 세금은 진흥원에서 내야 한다"는 마케팅공사 주장에 대해 진흥원은 "토지에 관한 세금이 아닌 건물 관련 제세공과금을 납부한다는 뜻"이라고 맞섰다.
결국 마케팅공사는 그해 재산세 1억5천여만원과 종부세 1억1천여만원을 직접 낸 뒤 이번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 변론을 살핀 재판부는 "진흥원은 2억6천여만원과 이 금액에 연이율 5∼12%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마케팅공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두 기관이 주고받은 여러 공문과 대전시도 참여한 회의 결과를 종합하면 제세공과금은 건물이 아닌 사업 용지에 부과된 세금을 뜻한다"며 "목적용지를 30년간 무상으로 쓴다는 내용의 계약에서 통상 필요비는 빌려 쓰는 쪽이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