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2,600과 2,700을 차례로 돌파했고, 3,000도 넘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6일 2,771.79에 마감하며 사장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 23일(종가 2,602.59) 기나긴 박스권을 뚫고 역대 처음 2,600선에 올라선 이후 지난 4일에는 2,700선(2,731.45)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투매가 극에 달했던 지난 3월 19일 연중 저점(1,457.64)과 비교하면 무려 1,314.15포인트(90.1%) 올랐다.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코스피는 이제 2,800선을 넘어 3,000선도 가시권에 뒀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 7만원선(9일 종가 7만3천900원)에 올랐고, SK하이닉스는 12만원(지난 9일 12만500원)선을 돌파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중 대부분의 종목이 올해 새로운 고점을 달성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만 해도 지지부진했던 외국인이 11월에 폭발적인 매수세로 지수를 박스권 밖으로 밀어 올렸다.
11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금액은 6조1천250억원(유가증권시장 5조8천570억원, 코스닥시장 2천680억원)으로 2013년 9월(8조3천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지난 16일 939.65를 기록하며 1,000선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3일에는 907.61로 거래를 마치며 2018년 4월 17일(901.22)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900선을 되찾기도 했다.
이 같은 증시 랠리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면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내 증시를 사상 최고로 끌어올린 데에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의 개인 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가 자리 잡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3월 급락으로 2009년 7월 23일(1496.49) 이후 약 10년 8개월 만에 처음 1,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았던 당시 개인 투자자들이 뛰어들었다.
개인은 지난 3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 무려 11조1천869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월간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외국인들이 12조5천55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파는 것에 맞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동학개미는 이후 10월 말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6조560억원치 주식을 더 사들이며 1,500선 아래까지 떨어졌던 지수를 2,400선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외국인(12조2천418억원 순매도)과 기관(14조3천764억원 순매도)이 국내 증시를 외면할 때 나홀로 지수를 떠받친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12조4천612억원어치를 매집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올해 초 30조원 규모였던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0조원을 훌쩍 넘었고, 주식거래 계좌수는 560만개가 넘는 신규 계좌가 개설되며 3천500만개를 돌파했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는 코로나19 국면을 지나면서 국내 증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올해 (코스피) 저점 대비 상승률은 G20(주요 20개국)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전례 없는 위기 속에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의미 있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 동학개미운동에 나서며 우리 증시를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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