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국내 증시의 추락이 극에 달한 지 꼭 1년이 된다.
지난해 초 2,2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는 코로나19 확산으로 3월 초 2,000선이 무너졌다. 이어 같은 달 19일 '공포'는 절정을 맞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선언한 지 일주일만이었다.
이날 하루만에 코스피는 8% 넘게 폭락해 10년 8개월여만에 최저 수준(1,457.64)을 기록했다. 하루 낙폭(133.56포인트)은 역대 최대, 시가총액은 90조원 증발해 1000조 아래로 떨어졌다. 장중에는 1,439.43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나흘 뒤인 같은 달 23일 또 한 차례의 공포가 엄습했다. 이에 20일(1,566.15) 반등했던 코스피는 83.69포인트(5.34%) 떨어지며 다시 1,400대(1,482.46)로 밀려났다.
코로나19 '패닉'으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확 달라졌다.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하며 지난해 11월 23일 처음 2,600선을 뚫었다. 2018년 1월 29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 2,598.19포인트를 약 2년 10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상승세는 계속돼 올해 1월 7일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3,000선도 단숨에 넘겼다. 같은 달 25일에는 3,200선(3,208.99)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증시는 조정을 받고 있지만, 3,000선에 올라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스피는 3,054.39에 마감했다. 지난해 3월 19일 종가(1,457.64) 대비 상승률은 109.5%를 기록했다.
1년 동안 장중 최저점(1,457.64, 2020년 3월 19일) 대비 최고점(3,266.23, 2021년 1월 11일)은 무려 124.1%에 달한다.
코스닥도 작년 3월 19일(428.35)에서 지난 12일(925.49) 116.1%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도 작년 3월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나 국내 증시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톱' 수준이다. 아르헨티나만이 작년 3월 저점(3월 18일) 대비 지난 12일까지 상승률(122.2%)이 앞설 뿐이다.
코스피는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76.3%)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76.2%)는 물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94.2%) 상승률을 능가한다.
일본 닛케이지수(79.5%)와 독일 DAX지수(71.8%), 프랑스 CAC(61.0%), 영국 FTSE(35.4%) 등은 크게 앞지른다.
국내 증시가 이처럼 크게 상승한 데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를 절망적으로 봤지만, 개인은 그렇지 않았다.
개인은 지난해 3월 19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년간 유가증권시장에 61조6000억원어치를 쏟아부었다. 최근 10년간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2018년(7조원)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8조8000억원, 기관은 42조70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18조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작년 1월부터 보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9조3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1조원 등 순매수금액이 총 100조원을 넘어섰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과거 급락장 때 저가매수에 따른 수익률 학습효과와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이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전까지 국내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대부분 결정됐지만, 코로나19 이후 지난 1년간 개인들이 주가 결정에 주도권을 갖는 쪽으로 바뀌게 됐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험했다"며 "주가만 단순히 최고가가 아니라, 개인 자금도 사상 최고였고 반대로 외국인 매도도 가장 많아 국내 유동성만으로 최고가였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로 개인의 유동성이 바닥에서, 그것도 대형주 위주로 들어오면서 올해 3,200포인트 찍었을 때를 놓고 보면 개인이 성공하고 승리한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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