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에서 반독재, 민주화 항쟁을 주도했던 운동권 진영이 2일 처음으로 민주당 당대표를 배출했다.
86그룹의 맏형 격인 연세대 81학번 송영길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송 의원의 당선은 86그룹이 명실상부한 한국의 파워엘리트임을 각인하는데 '화룡점정'을 찍은 셈이 됐다.
민주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윤호중 원내대표도 송 의원과 같은 81학번이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으로 인문대학보 편집장을 지낸 그 역시 학생운동으로 투옥된 경험이 있다.
원내대표를 거쳐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은 송 의원과 같은 연세대 81학번 동기다.
86그룹의 영향력은 여의도 정치권을 넘어선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요직을 꿰차고 있다.
성균관대 운동권 출신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필두로, 86의 상징인 전대협 의장 출신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선원 국정원 기조실장이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조국 전 법무장관도 86 출신이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친문 적자로서 유력한 잠재적 대권주자 반열에 있고,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이광재 의원은 오랜 부침을 거쳐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선 상태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2017년 대선과 2016년, 2020년 총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때 세대교체의 주역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세대교체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2000년대 초반 일명 '386'으로 정치판에 새바람을 몰고 왔던 이들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젊은피'에서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86그룹으로서는 4·7재보선에서 드러난 2030 유권자층의 분노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