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발생 한 달여 만인 14일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종료로 중대 변곡점을 맞는다.
MBK 연합은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 인상하지 않았지만, 자사주 공개매수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가격을 89만원으로 인상하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다만 투자자마다 다른 세금 조건, 가처분 소송 불확실성, 초과 청약 시 안분비례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볼때 승부 예측이 어렵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은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오프라인 지점 또는 온라인(홈페이지·HTS·MTS)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달 12일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전격적인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고 이튿날 곧바로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 1개월여 만이다.
이 과정에서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가격을 당초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 83만원으로 두 차례 높였고, 경영권을 수성하려는 최윤범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주당 83만원으로 개시한 뒤 89만원으로 한 차례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영풍·MBK 연합의 최종 공개매수가격은 83만원으로 최 회장 측이 추진하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89만원보다 낮아 목표한 최대 수량(발행주식총수의 14.61%)을 채우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투자자마다 유불리가 갈리는 세금 문제, 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의 불확실성, 유통주식 수 인식차에 따른 초과 청약 우려 등을 고려하면 한 자릿수대 지분 확보는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쪽으로 청약이 확 쏠리지는 않을 것 같다"며 "임시 주총 소집과 의결권 확보, 위임장 대결 등이 진행되며 내년 3월 정기주총 시즌까지 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고려아연 주가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83만원을 크게 웃돌고 거래량도 평소보다 대폭 증가할 경우,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져 예상보다 청약 물량이 적게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청약 물량이 예상 밖으로 적게 들어올 경우 영풍·MBK 연합은 가격 인상 없이 공개매수 기간만 연장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영풍·MBK 연합 입장에서 기간 연장은 추후 가처분 소송에서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재판부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3조원 이상 규모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중단하는 결정은 시장에 혼란을 불러와 부담일 수 있는데,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진행되고 있다면 이 같은 혼란을 덜어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추후 청약 물량이 많아질 것을 장담할 수가 없는 데다, 자칫 가처분 소송에 '올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MBK로서도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이 때문에 적은 물량이라도 일단 사들인 다음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나아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풍·MBK 연합의 청약 경쟁률이 낮다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투자자들이 많이 선택한다는 의미일 텐데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영풍·MBK에도 나쁜 결과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