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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강민수 국세청장의 '깜짝 파티'...역대 최다 국세청 서기관 승진 기념식

화려한 기념식 속에 국세청 41명의 신임 서기관 임명장 받아
서기관 승진, 바늘구멍 통과하기...토양과 거름이 되어준 가족의 희생과 동료들의 헌신

“저는 깡촌에서 태어났고 일찍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학창 시절 도시락도 못 싸갈 정도였습니다. 운동장 수돗물로 배를 채울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촌놈이 세무공무원이 되고서 제 인생과 제 가족의 삶은 확 달라졌습니다. 찢어지는 듯한 가난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대구지방국세청 최종기 운영지원과장)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9일 세종시 국세청 본부 청사에서 화려한 기념식 속에 국세청 41명의 신임 서기관이 임명장을 받았다.

 

국세청 서기관 승진은 반기마다 한 번 열리며, 때마다 적게는 20명 선, 많게는 30명 선 승진자가 나온다.

 

이번 4월 승진은 역대 최다급인 41명 승진을 기록했다.

 

국세청도 보기 드문 승진 호황을 기념하려는 듯 과거 없었던 큰 행사를 마련했다.

 

 

승진자 가족을 본부 청사에 초청해 기념식과 오찬을 함께 하고, 승진자 가족을 담은 특별 영상까지 특별 제작해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큰 행사나 공연에서나 볼 법한 전문 스튜디오 촬영 부스가 곳곳마다 설치됐다.

 

 

이날 국세청 집행부가 기획한 임명장 전달식 주제는 '연결'이었다.

 

오늘까지 우리들이 어떻게 연결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강조하는 듯 했다.

 

국세청에서 서기관 승진은 정말 진귀한 기회이자 인연이다.

 

매년 국세청 2만여 직원 중 사무관에 오르는 건 0.9% 정도.

 

서기관에 오르는 건 그중에서도 3분의 1. 전체의 0.3% 정도다.

 

한 명의 서기관을 길러내기까지 여러 것들이 필요하다.

 

토양과 거름이 되어준 가족의 희생과 동료들의 헌신.

 

개인의 노력과 성과. 모나지 않은 행실.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시간을 나홀로 견디기도 해야 한다.

 

 

“아빠, 그리고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엄마. 저는 돌아보면 분명히 저리가라 할 정도로의 고집 센 딸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저를 응원해 주신 커다란 나무였습니다.” (국세청 본부 국제조세관리관실 최정현 국제협력1팀장)

 

“저는 99년 11월 29살 늦은 나이에 9급으로 입사하였고, 25년 4개월이라는 짧은 근무 기간에 특이한 승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물어봅니다. 장 팀장, 어떻게 하면 승진을 빨리 할 수 있나, 저는 늘 똑같이 대답합니다. 승진은 청장님이나 국장님이 아니라 주변의 동료들이 시켜주는 거라고.” (부산지방국세청 운영지원과 장영호 인사팀장)

 

“저는 본청 근무를 통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끝없는 터널에 갇힌 듯한 막막함에 모든 걸 내려놓고만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참된 용기를 배웠습니다. 동료들과 저를 이끌어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국세청 본부 징세법무국 장은수 징세1팀장)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는 안다.

 

승진자들의 특별영상과 소감이 끝난 후 강민수 제26대 국세청장이 그늘진 단상 위에 섰다.

 

“청장으로서 승진 발표를 하기까지 몇 달 동안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나,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되나. (여러분들은) 그 의미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하반기 서기관 승진 때 본청 승진 비율 역대 최고로 한 거, 이번 승진 때 재차 본청 역대 승진자 최다를 만든 거, 작년 하반기에 이어 사무관 승진 4년도 안 된 9급 공채 출신을 서기관 승진시킨 거, 그 다음에 또 연속으로 민경채 출신 서기관을 만든 거, 각 지방국세청 별로 적어도 한 석씩 다 배정한 거.”

 

“본인의 역량이나 평판 이런 부분이 중요하겠지만,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 딱 그거 하나 염두에 두고 이번 승진 발표를 했습니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유별난 승진 기준을 내세운 건 아니다.

 

1대에서 26대까지 국세청 59년의 역사 동안.

 

모든 국세청장들에게는 시대가 요구하는 일, 제대로 했었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제26대 국세청장에게도 요구받고 요구하는 일이 있었고,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해야 했다.

 

강민수 국세청장에게는 올해 4월 승진시킨 41명의 서기관들이 그런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 누군가의 토양과 거름이 되어야 한다.

 

“서기관이 됐다는 것은 이제 곧 세무서장으로 나간다는 얘기입니다. 세무서장이 된다는 거는 최전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 직원들을 잘 보듬고 잘 이끌어서 일 하나는 제대로 할 수 있게끔 잘 이끌어야 된다는 뜻입니다. 본인이 가장 겸손한 자세로 더 굽히고 다독거려주기를 희망합니다.”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31년 전 제주세무서인데 이게 접니다. 이 화면에 제 동기가 또 한 사람 있는데 제 행정고시 동기가 혹시 누군지 아세요? 제가 26대 국세청장이고요. 이 분이 25대 국세청장 김창기 청장입니다. 제가 31년 전 초임 때 사진이고요.”

 

 

이겨야 한다.

 

“이 사진은 22년 전에 외국계 기업 스톡 옵션 행사 소득과세 건인데, 일본 동경법원에서 진 거랑 같은 경우를 제가 직접 소송 수행해서 서울행정법원에서 소가 137억 짜리를 이겼습니다.”

 

 

모두에게 향한 말이지만, 어쩌면 자신에게 하는 다짐일 수 있다.

 

“제가 이제 드리고 싶은 마지막 말씀인데…. 아까 우리 황민호 서기관 사모님이 아까 그 축하 영상에서 그런 말을 했거든요. ‘앞으로 자기 남편이 어디까지 이렇게 갈지 기대된다’ 그런 말씀하셨거든요. 제가 20년 전 서기관 승진할 때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앞으로 계속, 계속,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강민수 제26대 국세청장)

 

속뜻이 무엇이든 이 순간은 뒤얽히는 순간이었다.

 

과거 함께 했고, 어쩌면 함께 할 사람들의 순간이었다.

 

이 순간은 그들에 의해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내빈석 뒤편.

 

누군가의 노모에겐 그들간 감사와 치사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대신 검고 주름진 눈을 거듭 껌뻑였다.

 

예전만큼 잘 보이지 않지만,

 

오직 한 명만을 되새기려는 듯

 

항상 그러했다는 듯 굽은 등을 더 힘주어 굽혔다.

 

그 눈으로 얼마나 많은 순간을 아로새겼는지 알 수 없다.

 

이제는 내 품을 떠났지만, 모습은 항상 같았을 것이다.

 

포대에 감싸 안은 순간부터, 저 번쩍이는 단상 너머의 순간까지.

 

그 때의 갓난쟁이는 노모 곁에서 항상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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