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올 상반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국면에서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시장 지배력 강화 전략을 택했던 현대차그룹이 하반기에도 판매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며 관세 파고를 정면 돌파할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중량급 신차 출시를 차례로 앞두고 있어 추가 반등의 모멘텀도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미국의 수입차 관세가 부과된 뒤에도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고 점유율 확대에 집중해왔다.
13일 시장조사업체 워즈 인텔리전스 등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6월 미국에서 약 89만4천대를 판매해 상반기 시장점유율 11.0%를 기록, 작년 동기 점유율(10.5%)보다 0.5%포인트 오른 수준을 보였다. 현대차가 47만7천대로 5.9%, 기아가 41만7천대로 5.1%를 기록했다.
지난 3, 4월에는 찻값 인상에 대비한 미국 소비자들의 '패닉 바잉'을 잘 활용했고 5, 6월엔 미 자동차 시장의 하방 압력을 잘 막아냈다는 평가다.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지배력 강화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기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인데,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을 잃는다는 것이 수익성 악화보다 더 큰 타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전통적으로 마켓 셰어를 상당히 중시해왔기 때문에 올 하반기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며 판매 확대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진단했다.
DB증권도 최근 리포트에서 "도요타, 독일 3사는 5% 안팎의 가격 인상을 시작했으나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가격 인상은 최대한 늦게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높은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확장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하반기 미국 시장에 투입하는 신차 3종은 일종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현대차에서는 2세대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팰리세이드'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6'가 출시될 예정이고, 기아에서는 다양한 트림을 갖춘 K4 해치백이 출격 대기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상반기 출시한 신차(상품성 개선 제외)는 아이오닉9 1종에 그쳤는데 그보다 세 배 많은 신차를 내놓는 것이다. 특히 신차 3종 모두 기존 모델 반응이 좋았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신차 효과에 무게가 실린다.
팰리세이드는 2019년 이래 미국에서 50만대 넘게 팔렸고, 아이오닉6는 재작년부터 누적 3만1천여대 판매고를 올렸다. K3의 완전변경 모델 격인 K4는 2009년부터 152만8천대가 팔린 스테디셀러다.
또 신형 팰리세이드는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하이브리드차(HEV) 모델까지 갖추며 시장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HEV 판매량은 13만6천대로 작년보다 45.3% 급증했다.
한편 현대차 미국 법인은 당초 이달 초까지 예정됐던 할인 정책을 오는 9월 2일까지로 연장하기도 했다. 할인 대상은 총 19종으로 현금 구매 시 싼타페 3천500달러, 팰리세이드 2천750달러 등 할인하는 방식이다. 전기차인 아이오닉5·6·9과 코나 일렉트릭은 7천500달러씩 할인된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내 수요 변화는 현대차그룹에 유리할 수 있다"며 "자동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시장 수요가 전기차와 SUV보다는 (저렴한) HEV나 세단으로 이동할 수 있다. 모두 현대차그룹이 경쟁력을 가진 차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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