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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부분품’ vs ‘알루미늄관’…에어컨 냉매 배관, 품목분류는?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에어컨 냉매 배관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튜브의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세관이 갈등을 벌였다.

 

업체는 2020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중국에서 5m가량의 알루미늄 튜브를 15차례 수입했다. 이 튜브는 에어컨 실외기와 실내기를 연결해 냉매가 순환되도록 하는 배관으로 사용된다.

 

수입 당시에는 튜브 본체만 있었다. 이를 국내에서 ▲단열재(보온재) 삽입 ▲연결 너트 부착 ▲끝부분 확관(튜브 구멍을 넓혀 너트를 고정) ▲마개(Cap) 체결 등의 추가 가공을 거쳐 에어컨 설치에 사용된다.

 

최초 수입신고 당시 업체는 이를 ‘완성된 에어컨 냉매 배관의 부분품(HSK 8415.90-0000호)’으로 분류해 한-중 FTA 협정관세율 0%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세관은 사후 심사 과정에서 해당 튜브를 ‘합금되지 않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관(HSK 7608.10-0000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관세율표상 ‘알루미늄 관’으로 분류될 경우 협정관세율 3.7%가 적용된다.

 

세관은 품목분류 변경에 따라 해당 기간 수입분에 대한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을 추징했다. 업체는 이에 불복해 경정청구를 제기했다. 세관이 이를 거부하자 2023년 10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업체 "에어컨 전용 특수 가공된 관… 범용성 없어"

 

업체는 심판청구에서 쟁점 튜브가 오직 에어컨에만 사용되도록 설계된 특수 부품이라고 강조했다. 수입된 튜브는 에어컨 냉매 배관의 프레임(골조)일 뿐이며, 추가 부품과 결합해야 완성품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업체는 “해당 튜브는 특수 용접 가공을 통해 에어컨 연결용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는 제품”이라며 일반적인 ‘알루미늄 관’과 구별되는 전용 부품임을 강조했다. 겉보기에는 ‘알루미늄 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에어컨 시스템에 필수적으로 결합되는 맞춤 제작된 부분품이라는 주장이다.

 

업체는 또 수입 당시 완제품 형태가 아니라 할지라도 품목분류는 해당 물품이 수행할 본질적인 기능과 용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율표 해석에 관한 통칙 제2호 가목에 따라 미완성 품목이라도 완성품의 본질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완제품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업체는 “쟁점 튜브는 비록 추가 가공을 거쳐야 비로소 에어컨에 장착되지만, 이미 에어컨 냉매 배관으로서 핵심 형태와 구조를 갖춘 상태”라며 “수입 당시 바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부분품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쉽게 말해 ‘완성품에 가까운 반제품’인 만큼 품목분류도 완제품의 부분품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형평성 측면도 제기했다. 업체는 과거 유사 사례를 제시하며 세관 결정의 일관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2012년 조세심판원에서는 에어컨 연결용 동관 튜브에 발포 단열재를 씌운 물품을 에어컨 부분품(8415.90호)으로 인정한 바 있다.

 

업체는 “우리 제품도 본질은 동일한 냉매 배관 튜브”라며 “단지 단열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관으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관이 이미 과거 유사 품목을 부분품으로 본 전례가 있는데도 이제 와서 분류를 뒤집는 것은 신의성실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 세관 "수입품은 단순 알루미늄 관… '부분품' 해당 안 돼"

 

세관은 쟁점 물품이 수입된 상태에서는 에어컨에 바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관은 “해당 튜브는 국내에서 여러 추가 가공을 거쳐야 비로소 에어컨 배관 구실을 할 수 있다”며 수입 당시에는 단순한 ‘알루미늄 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튜브는 냉매나 가스를 운반하는 일반적인 알루미늄 배관으로 에어컨뿐 아니라 각종 기계·장치에 두루 쓰이는 범용 자재라는 설명이다.

 

세관은 “관세율표상 알루미늄 관(HS 7608류)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단지 사후에 특정 기계에 쓰인다고 해서 모든 관을 그 기계의 부분품으로 분류한다면 품목분류 체계의 근간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품목분류 원칙도 거론했다. 세관에 따르면 관세법 및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물품의 품목분류는 수입 시점의 객관적 물품 상태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하며 수입자의 주관적 사용 목적이나 사후 이용 상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세관은 이 원칙을 적용하면 수입된 튜브는 ‘알루미늄 관’이며 이를 에어컨 부분품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관은 또 업체가 제시한 과거 2012년 판례와 현재 물품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2012년 당시 튜브는 두꺼운 폴리우레탄 발포재로 전체가 감싸져 있어 단열 성능을 갖춘 전용 부품 형태였던 반면, 이번 쟁점 물품은 단순한 알루미늄 관일 뿐이라는 것이다.

 

당시 사례에서는 발포제 가격이 튜브 원가의 30%를 차지한다는 점도 언급됐을 만큼 제품 구성과 특성이 현저히 달랐다고 설명했다. 결국 세관은 쟁점 튜브를 관세율표 제15부 규정에 따라 “주된 재질이 알루미늄인 이상 알루미늄 관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면서 HS 7608.10(알루미늄제 관) 분류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 심판원 "본질적 특성은 알루미늄 관… 세관 처분 타당"

 

조세심판원은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끝에 세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당 튜브를 수입 당시의 형태를 기준으로 알루미늄 재질의 관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판원은 수입된 튜브가 여러 추가 가공(보온재 삽입, 너트 체결, 확관 작업 등)을 거쳐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하는 점과 수입된 그대로는 에어컨에 바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나아가 해당 제품의 전체 길이가 약 5m인데 이중 특수 가공된 부분은 90㎜(약 9㎝)에 불과해 물품의 본질적 특성이 알루미늄 관 자체에 있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2012년 사례에 대해서도 “발포 단열재 유무 등의 차이로 두 물품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고 강조하며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심판원은 세관의 품목분류 및 과세 처분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업체의 청구를 최종 기각했다.

 

[참고 심판례: 부산세관-조심-202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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