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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벽과 기둥’ 없는 아파트…삼성물산 ‘넥스트 홈’, 주거의 판을 흔들다

라멘 구조·인필 시스템에 플로어·퍼니처까지, 5년간 고도화된 미래형 주거 솔루션
60층 공기 단축·층간소음 저감·맞춤형 레이아웃으로 ‘투자’ 아닌 ‘경험’의 집 제안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아파트는 '벽과 기둥'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삼성물산이 공개한 ‘넥스트 홈(Next Home)’ 테스트베드에서는 기둥을 지운 라멘 기반 대공간과 가변형 벽체가 결합한 새로운 평면이 펼쳐졌다. 공간을 나누고 합치는 방식은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직관적 이었다.

 

지난 26일 기자가 직접 찾은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 ‘넥스트 홈’ 테스트베드의 첫 공간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스튜디오 타입이었다. 통으로 뚫린 원룸형 구조에 거실과 침실, 주방을 단순하게 꾸며둔 모습은 얼핏 보면 기존의 주거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공간에도 기존 아파트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숨어 있었다.

 

◇ 벽과 기둥 없는 집…그러나 의외의 낯익음

 

내부를 지탱하는 기둥이 없다 보니 전체적으로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벽처럼 단단해 보이는 가벽이 설치돼 있어 얼핏 보면 일반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벽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필요할 때 옮기거나 없앨 수 있는 가변형 벽체였다. 겉모습은 익숙했지만, 실제로는 거주자의 생활 방식에 맞춰 자유롭게 공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아파트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후 이어진 패밀리 타입 세대에서 기술의 진가가 드러났다. 라멘 구조와 모듈형 인필 시스템이 결합돼 방의 개수와 크기를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었고, 주방과 욕실 같은 수(水)공간도 배관 설계를 통해 재배치가 가능했다. 특히 배관을 벽과 바닥 속에 숨긴 설계는 집 전체의 레이아웃을 다시 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삼성물산이 강조하는 ‘넥스트 홈’의 핵심은 바로 이 무지주 라멘 구조와 인필 시스템의 조합이다. 아파트 구조가 더 이상 불변이 아니라, 거주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변동규 삼성물산 주택기술혁신팀장(상무)은 “넥스트 홈이라는 이름 그대로, 기술은 한순간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2022년부터 꾸준히 고도화해온 결과”라며 “입주민이 직접 공간을 재구성하고 경험하는 새로운 주거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새로운 평면을 제시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아파트 문화를 ‘투자 중심’에서 ‘삶 중심’으로 바꾸려는 철학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 라멘·인필·플로어·퍼니처…현장에서 체감한 변화

 

패밀리 타입 공간을 직접 둘러보니, 설명으로만 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실감이 전해졌다. 거실과 방을 가르는 벽은 겉보기엔 일반 벽처럼 단단했다. 기자가 직접 손으로 두드려 보니 벽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필요에 따라 옮기거나 없앨 수 있는 가변형 구조였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생활 방식에 맞춰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아파트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한쪽에는 전동식 가구인 ‘넥스트 퍼니처’가 놓여 있었다. 옷장처럼 보이는 이 가구는 버튼을 누르자 부드럽게 움직이며 벽의 역할을 했다. 성인 여성 한 명이 손쉽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설계돼 있었고, 순간적으로 방이 분리됐다가 다시 거실로 연결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기자는, 가구를 밀 때 손가락이 끼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스쳤다. 삼성물산은 “전도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생활 안전성 보완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처럼 보였다.

 

바닥도 눈길을 끌었다. 기자가 직접 발을 굴러보니 기존 아파트에서 흔히 느끼던 ‘텅텅’ 울림 대신 더 묵직하고 안정적인 보행감이 전해졌다. 삼성물산은 “2020년부터 건식 바닥을 개발해 현재는 4세대 기술까지 발전했고, 층간소음 차단 1등급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은 ‘넥스트 플로어’였다. 바닥 하부에 배관 공간을 두어 주방과 욕실 같은 수(水)공간을 원하는 위치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일반 바닥과 달리 설비 배관이 숨어 있었고, 단차를 활용해 최대 30cm까지 천장고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건식 구조 특성상 난방 응답 속도도 빨라져 에너지 효율 개선과 유지비 절감 효과가 기대됐다.

 

 

◇ 공기 단축·옵션화·타사 협력…이제는 ‘사업화의 길’

 

삼성물산이 넥스트 홈을 강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사 기간 단축 효과다. 변 상무는 “초고층일수록 효과가 더 크며, 60층 기준 4~5개월 공기 단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습식 공정의 양생 대기가 줄고, 골조가 오르면 곧바로 마감 공정이 뒤따를 수 있어서다. 이는 인건비·금융비용 절감, 조기 입주 등으로 이어진다.

 

시장 적용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와 부산 ‘래미안 포레스티지’ 공용공간에 일부 기술을 시범 적용했고, 내년 초 방화역 인근 프로젝트부터 본격 세대 적용에 들어간다. 정비사업에서는 부산 사직2·광안3, 용산 남영2·한남4, 서초 신반포4차, 개포 우성7차 등 다수 현장에 ‘넥스트 퍼니처’ 패키지를 제안해 놓았다.

 

소비자 선택권은 옵션화 방식으로 제공된다. 일반분양은 골조 완료 전까지, 조합 사업은 조합 의사결정 시점에 맞춰 욕실 개수·방 크기·주방 위치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기자가 보기에 에어컨 설치 위치는 고정돼 있어 완전한 자유 배치는 불가능했다. 이는 넥스트 홈이 보여준 유연성에도 여전히 현실적 제약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삼성물산은 기술 개방에도 적극적이다. 현대·롯데 등 타사에도 기술을 공유해 건식·OSC 전환을 확산시키되, 고층·연약지반까지 대응 가능한 PC 접합 같은 핵심 기술은 내부 보유로 경쟁력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 2023년 ‘비전 제시’에서 2025년 ‘실증’으로

 

삼성물산은 2023년 ‘래미안, 더 넥스트’ 비전을 통해 라멘 구조와 인필 시스템을 선보였다. 당시에는 기둥을 없앤 대공간과 모듈형 벽체를 통해 주거 가변성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 제시 단계였다.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실증 공간은 없었고, 기술 콘셉트와 방향성 설명이 중심이었다.

 

2년 뒤 공개된 이번 테스트베드는 그 청사진이 실제로 구현된 실증 공간이다. 라멘·인필에 더해 넥스트 플로어·넥스트 배스·넥스트 퍼니처까지 적용되며 기술은 포트폴리오로 확장됐다. 무엇보다 공기 단축·층간소음 성능·옵션화 방식 등 구체적 수치와 적용 전략이 제시되면서, 단순 비전에서 사업화·시장 안착 전략으로 진화했다.

 

즉, 2023년이 ‘개념 제시 단계’였다면 2025년은 ‘실증·검증 단계’다. 삼성물산은 넥스트 홈을 통해 주거의 미래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아파트 문화를 투자 중심에서 삶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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