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정부가 미국금리 인상에 맞춘 '뒷북성' 가계 빚 대책에 대해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14일 밝힌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방안은 주택을 담보 빚을 낸 사람의 상환 능력을 강화하고, 원금과 함께 빚을 갚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빠르면 내년 2월부터 수도권에서 시행되고, 비수도권은 내년 5월께부터 진행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12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 빚 증가 속도를 줄이고, 향후 부채를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 마련 등의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도 미국 금리 인상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서 집단대출이 제외되면서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지적이다.
집단 대출은 아파트 신규분양이나 재건축, 재개발아파트 입주(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대출을 말한다. 일정 자격요건만 갖추면 집단으로 대출을 일괄적으로 승인해준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가운데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27.3%나 된다. 특히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가운데 집단대출 증가액 비중이 38.2%, 2조3000억 원이나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은행권의 이번 조치로 내년부터 집을 담보로 빚을 내기가 쉽지 않아 가계 빚 증가세가 다소 꺾일 것으로 보이지만 집단대출이 제외되면서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상당수 대출은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시행사 등과 함께 중도금 대출을 끼고 이뤄지는 집단대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계 빚 감소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집단대출은 DTI 등 금융규제 대상에 들어가지 않은데다 은행권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의 원금상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수도권 신도시 등의 대규모 신규 분양시장에선 정부의 가계 빚 대책이 ‘헛발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정부가 작년 8월부터 경기 부양차원에서 완화한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직접적인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단대출이 안되면 아파트 분양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돼 제외한 것 같다"며 "현재의 담보대출 구조에선 이번 가이드라인으로는 (빚 증가세를 꺾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강력한 가계빚 대책을 내놓을 경우 어렵게 살려놓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을 우려한 것 같다"며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펴놓고, 뒤늦게 땜질식 처방책만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규제 완화는 지난 10여년 전 주택경기 과열기에 도입된 정책을 합리적으로 보완한 것으로 현재로선 LTV, DTI 등 규제를 (과거처럼) 환원할 계획이 없다"며 금융규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반쪽 대책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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