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승훈 편집국장) “신중하고 보수적인 비관론자, 혹은 긍정일변도의 낙관론자.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하라.”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던 이야기들 중 하나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자신의 분석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전망이 딱 맞아떨어지는 시기가 온다는, 그러면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시쳇말로 ‘웃픈’ 이야기라고 넘겨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대신 근거를 해석하는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의미가 담겨있기에 가볍지만은 않다.
2018년 대한민국 경제는 역사적 대변환기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물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긍정적인 신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빨간불이 훨씬 많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국내 산업현실, 그리고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의 성장속도를 살펴보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먼저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가 제아무리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 통달했다 할지라도 이번 혁명을 견인하고 있는 기술의 특성상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어렵다는 전망이 대세다. 이미 AI나 빅데이터 큐레이션 등은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상당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우리의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서비스산업과 지식기반산업이 빈약한 우리 사정을 감안할 때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지나면 수출과 무역수지를 지탱하던 ‘착시효과’는 한순간 거품처럼 흩날릴 것이다.
이미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으로 인해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주요기업 및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하향세다.
금융은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의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 각종 지표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와중에 밀수와 갑질을 일삼는 재벌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분식회계 의혹과 유령주식 배당 사태도 일어났다. 최저임금 인상을 뒷받침했던 근거는 현실론에 부딪히자 시나브로 퇴색됐다. ‘과연 원칙과 시스템이 존재하는 국가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충분하다.
온통 암울한 이야기다. 무엇이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누구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행착오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 모양이니 ‘창조적 사고와 혁신을 통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라거나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식의 당위론, 혹은 핑크빛 기대와 응원만 남을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난관을 돌파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가 가져올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나 목표가 있어야만 그것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은 ‘생명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유동하고, 창조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덕분에 인간은 성장과 자기회복이 가능하고, 환경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같은 생명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힘을 ‘생의 약동(elan vital)’이라 표현했다.
흔히 경제를 ‘생물’이라고 표현한다.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다. 하반기에는 긍정적 방향의 ‘생의 약동’이 감지되는 대한민국 경제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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