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자본시장연구원이 증권거래세 폐지 시 일본처럼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 비중을 낮추고, 양도소득세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3일 ‘상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전환 성공 및 실패 사례’ 보고서에서 “일본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다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주식 양도차익 과세 전환에 성공한 사례”라며 “대만은 양도소득세 전환을 반복적으로 시도했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1953년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를 채택했으나,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에 걸쳐 증권거래세를 주식양도소득세로 대체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점진적으로 증권거래세율을 낮추는 반면, 주식양도소득세 비중을 높였다.
반면 대만은 1989년 양도소득세 과세를 추진하다 투자자의 반발과 시장 위축 우려로 도입하지 못했고, 2013년에도 양도소득세 과세법안을 통과했지만, 시장의 반발로 시행이 유예됐다.
보고서는 “일본은 장기적으로 양도소득세 과세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함으로써 세금 감소를 감내하면서도 거래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려고 노력해 세제 전환에 성공했다”며 “대만은 주식시장의 과열 억제라는 단기 목표를 추구해 양도소득세를 급격히 도입했으나 투자자의 반발과 시장 위축으로 매번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자본연의 이같은 분석결과는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증권거래세의 국제적 동향과 시사점과 거의 유사하다. 한경연은 일본의 사례를 들어 점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의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앞서 금융계는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등 투자수축기 때마다 거래세 폐지를 주장해왔다.
남길남 자본연 동향분석실장은 “국내의 경우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는 많았지만, 금융세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설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한다는 전제 하에서 일본의 점진적인 도입 사례는 대만의 실패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가 참조할 만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남 실장은 일본처럼 장기간 도입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거래세 체계에서 양도세로 전환할 때 상황과 현재 우리의 상황은 여러모로 다르다”라며 “일본의 사례처럼 10년에 걸쳐 장기간 도입할 지는 좀 더 검토를 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주식과 관련된 세금 제도의 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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