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가 대선국면과 맞물려 생사의 기로에 놓이면서 증권과세체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얼마 전 증권거래세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던 윤석열후보가 갑자기 거래세를 살리는 대신 양도세를 죽이기로 방향을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2023년부터 주식양도세가 전면 도입됨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그대로 두고 주식양도세를 새로 도입하는 이중과세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거래세와 양도세 중 하나만 선택해 과세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거래세와 양도세를 병행하는 이중과세체제는 퇴행적인 제도개악임에 분명하다. 둘 중 어느 하나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글로벌 통화정책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기조를 마무리하고 긴축으로 정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증시가 버블조정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거래세와 양도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까? 국민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올해로 환갑을 맞이하는 증권거래세는 “소득이 없는 곳에 세금을 매기는 과세”라는 점에서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다. 주가가 하락할 때 팔면 손실에 세금까지 얹어 팔아야 하는 구조다. 과세측면에서 보면 증권거래세는 보편 과세에 가깝다. 고속도로 통행세와 마찬가지로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이용할 때마다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세의 주체는 1,000만 개인투자자들이다. 전체 거래세의 70% 이상이 개인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갈 정도로 反서민∙親자본 성향이 강한 제도다. 0.15%의 농특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는 2019년 6조원, 2020년 12.4조원, 2021년 15조원(추정) 등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곳간지기인 재정당국이 증권거래세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측면에서도 거래세의 고유 목적인 단기성 투기거래를 억제하는 효과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해외 자본흐름에 취약한 국내 증시가 외국인을 위한 단타시장으로 전락해 버리면서 장기투자의 가치를 실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증권거래세는 이미 생애주기 수명을 다했다는 의미다.
반면, 주식양도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만 세금을 매기는 과세제도”이기 때문에 조세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과세형평의 원칙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과세측면에서도 주식양도세는 증권거래세와 달리 “선별 과세”에 가깝다. 주식양도세는 상위 10%가 90%의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親서민 ∙ 反자본” 성격이 강한 조세 특성을 지니고 있다.
2023년부터 주식양도세가 전면 시행된다 하여도 양도가액의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가 적용된다. 따라서 내국인투자자가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을 벌지 못하면 세금을 한푼도 낼 필요가 없다. 1000만 개인투자자 중에서 주식양도세를 내는 대상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후보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약속했을 때, 이번에는 관치에 가로막힌 제도병목이 뽑힐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준 바 있다. 그런데 갑자기 맥락도 논리도 없이 증권거래세 대신 주식양도세를 폐지하겠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잘 모르고 그랬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고, 알고도 그랬다면 자본친화적인 금융정책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국내 증시가 장기투자의 가치를 실현해 기업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나누기 위해서는 현행 증권과세체제를 혁신해야 한다. 그 시발점은 증권거래세를 죽이고 주식양도세를 살려내 관치의 잔재인 이중과세의 병폐를 해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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