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수입물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세율과 과세가격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세율은 품목분류에 따라 정해지고 이후 과세가격을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납부할 관세액이 좌우된다.
이렇게 관세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일을 ‘관세평가’라고 하는데, 최근 다국적기업 간의 거래, 전자상거래를 통한 국제거래의 증가 등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관세청에서는 매년 관세평가 지식‧능력을 평가사는 관세평가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세관 직원을 비롯해 수출입업체 직원, 관세사, 관세직 공무원 시험준비생 등 다양한 이들이 참가한다.
올해로 제17회를 맞는 관세평가 경진대회는 지난 5월 8일 진행됐으며, 62개 단체 총 494명이 지원해 실제 254명이 시험을 치렀다.
개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인천본부세관 휴대품검사6관 이진우 관세행정관을 만나 경진대회 준비과정 이야기를 들어봤다.
망설였던 관세평가 경진대회 참가, 아내와 함께 도전
이진우 관세행정관이 세관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던 2003년, 그해 관세평가 경진대회가 처음으로 개최됐다.
지금은 공항에서 입국하는 여행자들의 물품 검사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전에는 주로 기업심사 분야에서 일했다.
이 행정관은 매년 경진대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연히 어렵다는 생각에 선뜻 참가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 2017년 처음 경진대회에 도전했는데, 그 계기가 재밌다.
“2년 전에 같은 관우(關友)이자 입사 동기인 아내가 경진대회 안내문을 보여주며 밥내기를 하자고 제안했어요. 기업심사도 해봐서 자신만만하게 시험을 치뤘는데, 점수가 형편이 없더라고요. 그 후 계속 도전했습니다.”
기출분석은 필수! 관세평가 사례도 꼼꼼히 살펴야
이진우 행정관은 2017년 처음 참가 당시 법령 암기에만 집중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1년을 기다려 2018년도 경진대회를 준비할 때는 실제 사례위주로 공부했다.
관세법, WTO 관세평가협정 등을 어떻게 적용하고 해석해야 하는 지 실제 사례들을 통해 이해하려했다. 그 결과 제16회 관세평가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올해 심기일전으로 다시 도전해 최우수상을 받게 된 데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었다.
제일 먼저 그동안의 경진대회 기출문제 분석은 필수. 기본유형을 익힌 후 관세청 관세법령포털 사이트에서 관세평가 질의회신 사례, 불복 쟁송 사례, 관세평가협의회 결정사항 등을 반복해서 읽었다.
객관식 20문항을 제한시간 40분 내에 풀어야 하는데, 이 행정관은 20분 만에 다 풀었다. 두 문제를 틀렸는데 이 중 한 문제는 처음보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였다.
이진우 행정관은 “올해 경진대회를 준비 할 때는 쟁송사례와 질의회신 사례 등 보다 더 새로운 내용들을 접하면서 재미있게 준비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연구할 것"
세 번의 참가 끝에 최우수상이라는 값진 결과는 얻어낸 이진우 관세행정관. 그에게 내년에도 참가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답했다.
“최우수상을 받고 나니 주변에서 어떻게 경진대회를 준비했는지 노하우를 묻더라고요. 관세평가 경진대회 참가는 올해까지만 하고, 앞으로는 선후배 동료들이 물어오면 방법을 잘 전수해줘야죠.”
인터뷰 말미에서 느꼈던 그의 가장 큰 최우수상 무기는 다름 아닌 ‘성실함’이었다.
이진우 행정관은 공항 근무 특성상 교대근무로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음에도 경진대회 한 달 전 공고가 난 후부터 퇴근 후 1시간 이상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심지어 비번인 날에도 공부를 쉬지 않았다.
성실함이 무기인 이진우 관세행정관에게 앞으로 새롭게 해보고 싶은 업무가 있는지 물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국세, 관세 등 조세 측면에서 다국적기업에 대한 보도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다국적기업들은 이윤추구와 조세절감을 위해 다양한 이전가격 정책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있고, 가격 정책도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해지고 있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와 소득이전 등에 대해 공부해서 업무에 도움을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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