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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획]막오른 농협중앙회장 선거 ❼불법 난무 비리공화국 '오명'...공명선거 자정노력 ‘공염불’ 우려

부정선거 근절 위한 농협중앙회 감사 기능 작동해야
고질병 지역선거, 합종연횡 당선 회장 ‘논공행상’ 구설수

 

(조세금융신문=양학섭 기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최근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총선 출마를 예고하고 있어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회장 대행 체제인 상태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여진다.

 

정치계와 농협 관련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김 회장은 내년 1월초 중앙회장 직을 사임하고 본격적인 총선 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장이나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후보들만의 잔치인 ‘깜깜이’로 치러져 불법이 난무하는 비리공화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그들만의 농협왕국’에서 조합장 비리와 선거 부정에 대하여 다룬 적이 있다. 보도에 따라면, 농협의 지역조합장 선거를 가늠하는 경쟁의 원천은 ‘4락5당’(4억원 탈락, 5억원 당선)이라고 한다. 2019년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에서는 전체 조합의 절반이 넘는 616명이 기소되었고, 이 중 29명이 구속된 바 있다. 즉, 태생적으로 농협의 조합장 선거는 금품 주도 선거문화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의미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도 건전성이 떨어지기는 조합장 선거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중앙회장 선거는 전국의 1,118명의 조합장 중에서 선발된 292명의 대의원들로 구성, 체육관에 모여 투표로 뽑기 때문에 선거 절차의 투명성을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농협중앙회장의 선거 비용은 조합장 선거의 최소 10배 수준이라는 소문만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을 뿐이다.

 

일선 조합의 부정 선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의 감사 기능이 작동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농협의 감사 업무를 총괄하는 감사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중앙회장 선거 관련 유공 조합장을 예우하는 자리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중앙회의 감사 기능이 작동할 수 없는 구조다.

 

조합장 출신의 감사위원장이 지역 조합을 관리하는 감사체제로는 조합-중앙회간 부패 고리를 차단하기 보다는 오히려 유착만 심화시키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부통제를 전담하는 컨트롤타워가 감사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도 시켜만 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유독 농협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역대 감사위원장들의 면면을 보면, 이봉주 연무농협조합장(06.07~08.06), 이성희 낙생농협조합장(08.07~15.12), 강일 진주원예농협조합장(16.01 ~16.06), 홍병천 홍천축협조합장(16.07~19.06) 등으로 모두 일선 조합장 출신이다. 특히, 이성희 전 낙생농협조합장은 최원병회장 재임 시절 감사위원장(2대~4대) 직을 7년 이상 수행했는데, 농협의 대규모 금융부실은 대부분 이 구간에서 일어났다.

 

2008년 해외 자원개발 부실, 2010년 리솜리조트 특혜대출, 2010년 조선/해운업 부실기업 대출 등이 그것이다. 농협이 대규모 부실충격에서 벗어나는데 무려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비전문 감사인인 조합장이 장기간 재임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협이 비리왕국으로 낙인찍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고질병에 가까운 지역선거의 병폐에 기인하고 있다. 지역 간 합종연횡을 통해 당선된 농협중앙회장은 원천적으로 논공행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선과 동시에 지역담합에 대한 정산과 지분 쪼개기가 진행되며, 그 중심에 유권자인 조합장이 있다. 농협에서는 전문성 중심의 조직문화와 경영 역량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농협의‘일 따로 승진 따로 문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체육관 선거(대의원 간선제)로 치러지는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 역시 지역선구의 틀 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는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지역연합만 있고, 정책토론이나 정견발표도 없는 선거에서는 자질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 역량 있는 신규 후보의 진입도 불가능하다. 이합집산 선거의 피해는 부패로 얼룩진 비리공화국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기대는커녕 지역선거가 더욱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들 역시 지역 결속에만 온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출사표를 던진 전북의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은 호남지역 결집을 통해 호남 집권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역 색깔이 옅은 충청권에서는 충북의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조합장이 중부권 통합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경기도는 이성희 전 감사위원장, 경남은 강호동 합천율곡조합장 등도 지역 기반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과거와 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농협중앙회는 만병의 근원인 지역선거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의 권한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농협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퇴행적인 지역선거를 정책선거로 전환하고, 대의원 간선제를 직선제로 전환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전문가 중심의 감사체제를 도입해 조합의 비리나 부실이 중앙회로 전이되는 경로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공명선거를 위해 이달 초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허식 부회장 주재로 ‘공명선거 추진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선관위도 금품 제공, 비방·흑색선전, 불법행위 등 위반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1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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