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매각을 추진중인 KDB생명이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의 무분별한 구조조정으로 인수매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 이후 실적이 악화될 때마다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이 누적되면서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심해졌고 온라인시장에서의 강점도 상실했다는 것.
KDB생명이 새 주인 찾기 3전 4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원인 역시 단기적인 실적 개선에만 매달렸던 산업은행의 무리한 구조로 비롯된 ‘예견된 인재’ 였다는 지적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마땅한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KDB생명의 현 상황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과거 금호생명을 인수, KDB생명의 대주주가 된 이후 지금까지 네번이나 회사를 매각하려 했다. 앞선 세번의 시도에서는 모두 매각에 실패, 좀처럼 새로운 대주주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사들의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밑그림으로 보험사를 인수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후 박근혜 정부들어 민영화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보험사 인수 이후 KDB생명의 대표이사로는 보험업 관련 종사경험이 없는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연이어 부임했다.
뚜렷한 경영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KDB생명의 수익지표는 매년 악화일로를 걸었으며 그때마다 산업은행은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긴급수혈’ 작업에 들어가야 했던 상태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 방식에 있었다. 자금을 지원하기 이전 KDB생명이 최대한 실적 지표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장 ‘실탄’이 없는 KDB생명 입장에선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인력 구조조정과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길 뿐이었다.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이 이뤄질 때마다 표면상의 KDB생명 경영 지표는 반등하는 듯 했다. 이 같은 성과가 단기적인 효과로 그쳤다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인력의 지속적인 유출과 보유 자산 매각이 이어지면서 KDB생명의 핵심 인력들은 상당수가 회사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났다. 본사 사옥까지 매각한 현재 KDB생명이 말 그대로 ‘껍데기만 남은’ 보험사라는 악명을 떨치게된 원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 경영관리부문장이었던 백인균 전 부행장을 KDB생명 부사장으로 보내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을 통한 매각이 성사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적자를 기록하던 KDB생명이 올해 상반기 326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는 수준까지 성과를 창출했다.
그러나 한때 온라인보험 시장에서 대형사를 제치고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했던 KDB생명만의 강점은 사라진지 오래다. 설상가상 세 번의 매각이 무산될 때마다 구조조정이 추가로 지속되면서 업계 일각에선 ‘최소인력’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유자산과 시장점유율에서는 극히 미미한 영향력만을 확보하고 있기에 KDB생명을 인수하더라도 인수자가 얻을 이득은 말 그대로 ‘보험업 진출’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 셈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은 금호그룹의 자금 사정 악화로 매각되긴 했지만 적어도 현재 KDB생명만큼 문제가 심각한 생보사는 아니였다”며 “산업은행이 ‘자구책’을 강요하면서 손쉬운 구조조정만 밀어 붙인 결과 실적 개선 효과는 잠시 나타났을 뿐 다시 악화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에 매물로 계속 나오는데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KDB생명이 매물로서의 매력이 전무하다는 의미”라며 “인수 이후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할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수혈했음에도 그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 역시 구조조정 위주의 단기책에 의존했던 산업은행의 패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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