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홍채린 기자) 코로나19에 대응한 기업 금융지원 대책들이 실적이 저조해, 지원요건 등 문턱을 낮춰 기업들의 활용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기여한 기업 금융지원 대책들이 시장불안을 완화하는데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주요 지원 대책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에 지원요건 등 문턱을 낮춰서 기업들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직은 기업들이 코로나 19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고, 재정건정성 악화 및 부채 누증 우려와 함께 최근 실물 경제 지표 개선세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출구 전략에 대한 논의도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SGI '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10일 ‘코로나19 위기 대응 기업 금융지원 평가와 과제’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된 기업 유동성 지원 대책들이 시장불안을 상당부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도입을 통해 시장에 정부의 강력한 안정화 의지를 전달한 것이 금융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경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 역성장했다고 밝혔다. 고용도 22만여명 감소하는 등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기업의 유동성 어려움도 심각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한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으로 기업 자금사정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어 왔고, 최근 실물경제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SGI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서도 부문별로 불균등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우량기업의 경우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나 순발행 규모에 있어서도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인 신용스프레드는 우량물(AA- 등급)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으나, 비우량물(A- 등급)은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또한 올해 만기 도래 예정인 회사채 규모가 큰 것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3월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36.2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조원 많은 상황이다.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는 상환하거나 신규 발행을 통해 차환해야 하는데,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는 기업들이 지원이 여전히 절실한 상황이다. 만약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업 지원이 중단될 경우 대규모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그 영향은 경제의 생산과 고용으로 파급될 우려가 있다.
보고서에서 "금년 초부터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으나 아직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이 지속되고 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작년부터 어렵게 버텨온 기업들이 지금에 와서 쓰러지지 않도록 지원 조치들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채 누증 우려... 중앙은행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 부채는 110.1%에 달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경제회복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민간부채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이 정상화될 경우 경제에 잠재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 목표대비 저조한 실적, "기업 금융지원 실효성 제고하고, 산업구조 변화에도 대응해야"
보고서는 지원 목표 대비 실적이 저조한 일부 대책의 경우, 필요한 곳에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지원요건 및 지원금의 용도 등을 재조정하여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40조원 규모로 출범했지만 올해 4월까지 지원실적은 약 6천억원으로 1.5%에 그쳐 있다.
실적이 낮은 이유로 지원 대상과 지원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항공‧해운 등 업종, 총 차입금이 5000억원 이상,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으로 대상을 한정했고, 지원받은 기업은 6개월간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SGI는 지원대상에 '코로나 경영애로 기업'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산업구조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사업재편 및 구조조정 희망기업’을 포함시키고 차입금, 근로자수 및 고용유지 등 지원요건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저신용 회사채‧CP매입기구인 SPV의 경우, 최대 20조원으로 조성되었으나 현재 매입 실적은 3.2조원에 그쳐 있다. 현재의 지원요건은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이상'인 기업의 회사채·CP만 매입할 수 있으며, 매입하는 우량채와 비우량채 비중도 25:75로 되어 있다.
SGI는 이자보상비율 요건에 2020년이 포함될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유동성지원이 절실한 저신용 기업들에게 SPV 문턱을 높이는 문제점이 발생하므로 동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54개로 전년 대비 2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신용등급 기업을 지원한다는 SPV 취지에 부합하도록 현재 75%로 설정되어 있는 비우량채 매입 비중을 보다 확대하고, 올해 7월 종료되는 매입을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연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경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경제활동 및 일상생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금융지원 대책들이 기업생존에 안전판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이후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간 위기 극복에 집중되었던 대책들을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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