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고금리와 전세사기 등으로 침체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1‧10 부동산 대책 카드를 빼들었다.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고, 주택 재개발노후도는 요건에 따라 대폭 완화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비사업 등 정책을 완화하더라도 지역 전체 부동산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인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국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주민의 선택권에 따라 본격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혜지역 노원‧강남 주축
30년 이상 주택이 가장 많은 지역은 노원을 비롯해 도봉, 강남, 양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노원구에서 지은 지 30년이 넘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전체 59%, 9만6000여 가구에 달한다. 서울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27%, 50만 가구가 해당된다.
정비사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 재건축에 나서는 단지들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1월 기준 전국의 아파트 1232만 가구 중 준공된 지 30년을 넘어선 단지의 아파트는 262가구로 전체의 21.2%다.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는 준공 30년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은 아파트 182만 7000가구의 27.5%가 준공 30년이 지났다. 노원구(59%‧9만 6000가구)와 도봉구(57%‧3만 6000가구)에서 지은 지 30년이 넘는 아파트 비중이 컸다. 강남구(39%‧5만 5000가구)와 양천구(37%‧3만 4000가구)가 그 뒤를 이었다.
경기에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1기 신도시 외에는 광명(41%‧3만 2000가구), 안산(34%‧4만 1000가구), 수원(4만 1000가구‧13.6%), 평택(2만 1000가구‧12.9%)에 30년을 넘긴 아파트가 많다.
준공된 지 26∼30년인 아파트도 전국적으로 199만 가구(16%)나 된다.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도입되면 앞으로 5년 내 전국 아파트의 37%에 해당하는 460만 가구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부담이 사업시행인가 시점으로 이월됨으로써 추진위 설립 등 재건축 초기 사업장들의 사업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재건축 진입 문턱 완화로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선호 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패스트트랙 도입…최대 3년 단축
현재는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사업제안, 정비구역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이 진행됐으나 이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안전진단 결과는 사업 인가 전까지만 나오면 된다. 안전진단에 대해서도 이전에는 구조 안전에 중점을 뒀으나 노후도 중심으로 바꾼다.
사업 주체 구성도 사업 제안 단계에서 가능하도록 바꿨다. 현재는 정비계획 수립 이후 추진위 구성이 가능했으나 정부는 정비구역 지정 전에도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바꿀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진단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정비사업을 진행하려면 거쳐야 하는 기본단계는 여전히 무수히 많다”면서 “당장 고금리와 전세사기 등으로 떨어진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기엔 일시적인 방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에서 안전진단 생략은 재건축의 첫 관문을 없앤 것으로 초기 사업 진행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사업성이 뒷받침돼야 재건축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사업성이 낮다면 조합원들이 져야 할 분담금이 늘어나고, 내부 갈등이 불거져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 현재 남아있는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을 크게 늘릴 수 없는 데다 공사비가 폭등했고, 금리가 올라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건설업계는 분석한다.
함 랩장은 “아파트 위주의 주거 선호 현상과 고금리, 전세사기 이슈로 수요 및 공급이 일부 감소한 준주택(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연립‧다세대 등)의 유통‧공급 규제를 완화해 시장 수요를 증진시킬 목적”이라면서 “준주택 주차장 건립 기준 완화 등 기반시설 과포화 및 난개발 우려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노후계획도시를 특별법에 따라 재정비할 때 적용되는 공공기여 비율과 안전진단 완화 기준이 조만간 공개된다.
여기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을 사실상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중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제정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노후계획도시에 속하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가 확실시된다.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용도지역 변경 등 인센티브는 통합 재건축을 하는 단지에 주어진다.
특별법상 ‘통합 재건축’이라는 용어는 없지만, 정부는 아파트 단지 2개 이상을 묶어 재정비하는 것을 통합 재건축으로 보고 있다.
폭 25m 이상 도로로 둘러싸인 블록을 하나의 단위로 보며, 여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이 단위를 조정할 수 있다. 보통 2∼4개 단지가 묶이게 된다. 이미 분당과 일산에선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통합 재건축 사전 동의율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하는 ‘선도지구’로 지정돼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선도지구에는 각종 예산과 행정 지원이 이뤄진다.
현재 통합 재건축 자체 동의율이 70% 이상인 단지는 분당에선 정자동 한솔 1‧2‧3단지(청구‧LG‧한일), 정자일로 5개 단지(서광영남, 계룡, 유천화인, 한라, 임광보성)이며, 이매동 풍림‧선경‧효성, 구미동 까치마을 1‧2단지‧하얀마을 5단지도 자체 동의율을 높이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산에서는 합쳐서 각각 2500가구가 넘는 후곡마을 3‧4‧10‧15단지, 강촌마을 1‧2단지와 백마마을 1‧2단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함 랩장은 “1기 신도시나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등은 정비사업의 모범사례 및 롤모델 역할을 할 선도지구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사업추진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사업지원이 예상되므로 해당 아파트 단지에 대한 수요자 관심과 자산가치 기대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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