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회사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된다. 정부·여당이 머뭇거리는 동안 재계의 반대 논리를 고려한 새로운 대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대신 '공정의무'를 새롭게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제382조의3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에서 '회사'를 '회사와 주주의 이익'(강훈식 의원안), '회사와 총주주'(박주민 의원안),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정준호 의원안) 등으로 수정하는 내용이었다.
이들 법안은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이나 최근 논란이 된 두산밥캣 사태처럼, 대기업 이사회가 대주주에겐 유리하지만 일반주주는 불리한 경영상 결정을 내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막고자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법 개정안은 재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 일상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고, 회사와 주주의 이익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주요 반대 근거였다.
이에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역동경제 로드맵'에 이사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현정 의원안은 재계의 반발과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내용이 구성됐다. 우선 상법 제382조의3의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규정한 법조문을 그대로 1항으로 두고, 2항을 신설해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럴 경우 '회사의 이익', 예컨대 대규모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계획 등을 포기하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배당을 해야 하느냐는 식의 의문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A전자가 경기도에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면 이는 최대주주만 이익을 누리고 일반주주는 차별받는 게 아니어서 '이사의 공정의무' 위반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상법 제382조의3에 3항을 신설해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소수주주만으로 결의한 안건에 대해서는 이사가 제2항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경우 소수주주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분할, 합병, 영업의 양수·양도, 주식교환 등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자본거래 또는 이해상충 여부가 모호한 안건이라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을 제한하고 소수주주 찬성으로만 안건을 통과시켜 이사가 공정의무 책임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 분할,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같은 사안에서 최대주주 ㈜LG와 ㈜두산 등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특별결의에 성공시 소수주주에게도 바람직한 거래라는 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분할과 합병 등에 찬성한 이사에게 공정의무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이사가 공정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대주주(업무집행지시자)도 이사로 간주해 이사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현정 의원실은 "미국 모범회사법은 이사가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는데 공정성을 입증하는 방법이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이라며 "지난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60조원대 성과 보상안에 머스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일반주주의 찬성으로만 통과시킨 것이 그 예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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