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악덕 사채업자들의 추심이 독버섯처럼 번지면서 채권 불법 추심 피해가 폭증한 가운데 홀로 아이를 키우던 30대 여성이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불법 사금융 피해는 2천78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675건) 대비 58% 급증했다.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급전을 빌려준 뒤 법정 최고이율을 초과한 이자 장사를 벌이고 악질 추심을 일삼는 불법 사금융이 취약계층을 파고든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에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의 30대 여성 A씨가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사채업자들의 이름과 빌린 액수 등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숨져 경찰이 수사 중이다.
A씨는 수십만원을 빌렸다가 연이율 수천%의 살인적 금리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제때 갚지 못하자 모욕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가족과 지인에게 보내지는 등 사채업자의 심한 괴롭힘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유치원생 딸을 홀로 키웠던 A씨는 딸의 유치원 교사에게까지 협박 메시지가 전달되자 더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동료는 "피해자가 차용증을 들고 있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돼 유포되기도 했다"며 "피해자에게서 '일이 해결되고 있으니 나에 대한 전화가 오면 차단하고 모른다고 해달라'는 장문의 문자를 받고 얼마 뒤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접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 채권추심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하는 등 파문이 이어지고 있으나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전주지검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군사 3급 기밀인 암구호를 요구하고 이를 빌미로 군 간부들을 협박한 불법 대부업자 등 3명을 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실제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에 '공익제보'와 '사기꾼'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신상정보를 폭로한 계정이 무더기로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20대인 채무자들이 기간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얼굴과 거주지 등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주민등록증이나 학생증까지 공개하는 식이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고 있다'거나 '상습 범죄를 저질러 구속됐다'는 등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내용까지 여과 없이 적은 계정들도 쉽게 눈에 띈다.
경찰은 올해 1∼10월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을 통해 1천671건을 적발하고 3천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4%, 64% 늘어났다. 환수된 범죄수익도 169억원으로 지난해(37억원)의 4.6배에 이른다.
성 착취를 동반한 악질적 불법 사금융도 횡행하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최근 2년간 검거 사례에 따르면, 한 불법 대부업 조직은 급전이 필요한 2천415명에게 연이율 1만507%로 5억6천만원을 빌려줬다. 1명당 평균 23만원씩 빌려주고는 연체하면 하루에 무려 6만6천원의 이자를 뜯어낸 것이다.
조직원 5명은 갚지 않으면 미리 전송받은 피해자의 나체 사진과 자위 동영상을 성인 사이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2022년부터 시작한 불법 채권추심 특별단속을 내년 10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는 한편 전국 시도경찰청과 경찰서에 전담 수사팀도 설치했다.
그러나 점점 지능화·고도화되는 불법 사금융 문제를 단속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인권 변호사는 "최근 불법 사금융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해 현금 거래하기 때문에 쉽게 잡기 어렵다"며 "재산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경찰도 민사적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문 수사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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