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세금 제도의 결함 때문에 최근 5년간 귀금속산업계에서만 2조원 가까운 세수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를 해소하려면 매출세액이 납부된 경우에만 매입세액 공제를 허용해 환급해 줘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현행 '전 단계 공급자'의 매출세액이 납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입자에게 매입세액을 공제·환급해주는 제도의 헛점을 악용, 세금 포탈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관행이 만연돼 국고유출이 발생한다는 논리로, 매출세액이 납부된 경우에만 매입세액공제·환급을 해주는 쪽으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차삼준 박사(세무학, 늘푸른세무법인 반포지점 대표 세무사)는 사단법인 한국조세법학회(회장 김두형)가 30일 오후 고려대에서 주최한 추계학술발표회에서 “귀금속산업계 6개 업종 종사자들이 최근 5년간 납부한 부가가치세 총액이 8801억원이지만 환급을 받아간 세액이 2조6863억원으로, 1조8062억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차 박사는 이날 학술발표회에서 ‘귀금속 관련 업종 세수손실의 원인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5년간 세수 손실 1조8062억원에 소매 매출세액 4004억원을 더하면 기납부세액 없이 환급되는 2조2066억원이 실제 세수손실”이라고 밝혔다.
차 박사는 “산업 전체의 매입세액 공제는 총매출세액 중 소매매출세액을 차감한 범위내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반해, 귀금속산업에서는 매입세액공제가 매출세액보다 많아 환급세액이 매출세액을 초과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의제매입세액공제 등 매출세액과 무관한 매입세액을 공제, 기납부세액이 발생할 수 없는 환급 제도 탓이라는 설명이다. 현행 제도 중 중고자동차 매매업에 매입가액에 10/110를 의제매입세액으로 공제, 이 업종은 총 환급세액이 총납부세액보다 약 10배가 많은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귀금속 업종은 중고금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는 폐지됐지만, 폐자원 매입세액공제제도가 있다. 다만 이것만으로 총환급세액이 총납부세액을 초과할 수는 없다는 게 차 박사가 이 문제에 오래 천착해온 이유다.
세수 손실의 주요 원인은 지난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금 관련 제품 매입자납부특례 제도’ 탓이 크다는 게 차 박사 주장의 핵심. 이 제도는 매입자가 대금을 매출자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지정된 금융회사의 매출자 전용계좌에 입금하면 공급가액은 매출자에게 지급되고, 부가가치세는 지정금융회사에서 별도 관리해 국고에 납입하는 제도다.
차 박사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밝힌 ‘최근 5년(2017~2021년)간 금 관련 제품 매입자납부 거래내역’에 나타난 국고 입금세액 6167억원이 마치 매입자 납부특례제도로 확보된 세수인 것으로 오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매출세액(5조4244억원)에서 ▲매입세액공제 환급금 ▲수입부가세환급 ▲조세특례제한법상 70% 환급세액 등을 생략한채 제시됐다는 것.
지정된 금융기관을 거치는 매입세액공제환급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조특법에 따른 70% 환급은 매입세액으로 납부되지 않았는데도 납부한 것으로 보고 환급된 환급액으로, 기납부세액 없는 환급금, 곧 세수손실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제48조의4 제2호)에서 이를 규정한 것은 모법(조특법)에 없는 내용을 하위 법령에서 규정,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차 박사의 지적이다.
차 박사는 “매출세액이 납부된 경우에만 매입세액으로 공제·환급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매입세액공제요건을 ‘공급받는 재화에 대하여 납부된 부가가치세액’으로 규정, 공급받는 자가 매입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매입세액 불공제 요건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매출세액이 납부되지 않는 경우 세금계산서의 영수증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도록 세금계산서 발급시기를 현행 ‘공급시기’에서 ‘공급대가를 받은 시기’로 바꿔, 공급받는 자가 매출세액 미납때 매입세액공제를 못 받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 박사는 이밖에 “공급자가 제시한 가상계좌로 공급대가를 송금하고 이 가상계좌에 입금된 공급대가 중 공급가액이 공급자 사업자 전용계좌에 자동이체 되도록 하는 동시에 부가가치세는 공급자의 매출세액으로 수시납부 되도록 하면, 공급받는 자의 매입세액 공제권을 보장할 수 있다”며 새 제도 신설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한국조세법학회의 추계학술발표회에서는 비상임 조세심판관인 박종호 박사가 ‘세법상 건물이 정착된 면적의 범위'라는 제하의 논문을 발표했다. 박종수 교수(고려대)가 발표 자리 좌장을 맡아 윤현준 변호사(한국지방세연구원)와 조창준 현빈세무법인 고문이 각각 토론했다.
이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소속 김수성, 유진규 연구원이 ‘특수직역연금 퇴직소득 과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김병일 전 강남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발표자리에서 류연호 변호사(삼정회계법인)와 강지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가 각각 토론했다.
어어진 세번째 발표 논문은 이창규 중앙대 연구교수가 ‘마리화나 과세의 딜렘마 : 합헌성 문제와 법적 과제’로, 최원 교수(아주대)가 좌장을 맡고 황헌순 교수(계명대)와 배효성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토론을 했다.
이날 마지막 발표 논문은 이한우 세무사(화우세무법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한 취득세 과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으로, 양인병 회계사(삼일회계법인)가 좌장을, 서윤식 세무사(세무법인 다솔)와 박시훈 박사(한국세무사회)가 각각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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