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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 · 판례

[예규·판례] 형제 사이의 돈 거래, 무조건 증여로 추정할 수 있을까?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일반적으로 거액의 돈이 오가면 이는 증여로 추정될 수 있다. 원고들 중 오빠인 A씨에게 여동생 C씨가 돈을 송금했는데 과세관청은 이 돈을 증여로 판단하고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그 돈은 증여가 아니라 빌린 돈이기 때문에 증여세 부과는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과세관청을 상대로 증여세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과세관청의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과세관청이 부과한 증여세는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부산고등법원 2024. 8. 16. 선고 2024누20130 판결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사건

 

우선 법원은 “조세부과처분 취소소송의 구체적인 소송과정에서 경험칙에 비추어 과세요건사실이 추정되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에는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납세의무자가 문제된 사실이 경험칙을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거나 해당 사건에서 그와 같은 경험칙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 등을 증명하여야 하지만, 그와 같은 경험칙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

 

한편 생계와 세대를 달리하는 성인인 형제자매 사이에서 일방 명의의 예금이 인출되어 타방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는 경우, 인출한 사람의 재산상태 등에 비추어 그 금액이 소액이 아닌 고액인 경우 인출한 사람이 이체받은 사람에게 증여한다는 것이 이례적이므로 그와 같은 예금의 인출 및 입금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경험칙에 비추어 해당 예금이 타방에게 증여되었다는 과세요건 사실이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는 법리를 밝히면서, 원고들이 생계와 세대를 달리하는 성인인 형제자매사이이고 여동생에게는 배우자와 자녀들도 있었던 점, 이 사건 쟁점금액이 여동생의 재산상태에 비추어 고액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쟁점 금액이 원고에게 증여되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고, 과세관청인 피고가 이 사건 쟁점금액을 증여로 과세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쟁점금액이 여동생한테서 오빠인 원고에게 무상으로 이전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법원은 원고들 사이에 차용증을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쟁점금액이 대여라는 점에 대해 원고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이자 대신 아파트 관리비를 대신 납부하기도 한 점, 돈도 일부 변제한 점 등을 종합하면 오빠인 원고가 여동생으로부터 이 사건 쟁점 금액을 빌렸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하였다.

 

결 론

 

이 사건의 핵심은 과세 요건에 대한 법리이다. 일반적으로 거액의 돈이 오가면 이는 증여로 추정될 수 있으나, 법원은 증여를 인정하려면 단순히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증여의 의도가 있었는지를 더 자세히 살펴와야 한다고 보았다.

 

위의 사안에서 법원은 과세관청이 제출한 증거로는 증여라고 인정할 수 없고, 두 사람 사이의 돈 거래가 분명히 있었고 이는 증여가 아닌 대여에 가까웠으므로 과세관청이 부과한 증여세는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참고로, 이와 유사한 사례로 가족간 금전거래에 있어 증여와 대여의 구분이 쟁점이 된 조세심판원 사례가 있었다(조심2024부3068, 2024. 9. 10). 자식이 부친이 토지를 매입할 당시 일부 자금을 대신 지급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차용증 등 명확한 대여 관련 서류가 없고 부친이 충분한 경제적 여건이 있어 자금을 차입할 필요가 없었으며 이자라고 주장하는 금원도 불규칙적으로 이루어져 대여금에 대한 이자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분청은 이를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사회통념상 자식이 부모에게 자신의 자산을 증여할 가능성은 낮고 청구인 또한 자금을 빌려 이를 부친에게 지급하였으며, 청구인이 부친에게 지급한 금원은 실제 부친의 토지매입대금으로 사용되었고 청구인이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어서 토지매입대금을 자녀를 통해 마련한 것이 합리적인 점 등을 종합하여 부친에게 지급한 돈은 증여가 아닌 대여금이라고 판단하여 과세관청의 처분을 취소했다.

 

이 두 사건은 모두 단순한 돈의 이동만으로는 증여를 추정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형제자매 사이의 돈 거래라 하더라도, 그 내막을 꼼꼼히 살펴 증여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거액의 돈 거래는 증여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으므로, 불필요한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여라는 점을 인정받기 위한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다.

 

대여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실제로 돈을 빌려주어야 하고, 이는 언제 돈을 갚을 것인지 변제기를 정하면서 적정한 이자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내용을 기재한 차용증을 작성하고 차용증 작성 시기 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공증 등을 받아두는 것도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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