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농협은 진짜 문제다. 선거 과정에 불법도 많고 구속되고 수사하고 난리더라”
“필요한 것은 수사를 의뢰하고 감사를 철저히 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협을 겨냥해 한 발언은 단순한 일회성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범정부 차원의 감사와 제도 점검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둘러싼 비위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곧바로 공개했고, 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합동 특별감사반이 범정부 차원의 특별감사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농식품부는 특별감사 중간 결과 발표를 통해 65건의 비위와 부적절한 운영 사례를 확인하고, 이 중 법령 위반 정황이 짙은 2건은 경찰에 수사 의뢰했으며 부정·금품 선거 관련 사안 등 38건은 추가 감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 반복된 개인 비리…문제는 ‘고장난 내부통제’
자세히 살펴보면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농협 관련 비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같은 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한 총 26명을 투입해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이후 이달 8일 그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특별감사 중간 결과에서 확인된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발성 일탈로만 정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임직원 개인 사건의 변호사비를 농협중앙회 공금으로 지급한 의혹, 재단 임직원의 배임 정황, 선거 과정에서의 금품 제공 가능성 등은 개별 사안만 보면 그간 농협을 둘러싸고 제기돼 온 논란과 유사한 양상이다. 과거에도 이런 형태는 반복적으로 나타났었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서는 개별 비위보다 조직 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더 부각됐다.
임원 추천 절차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범죄 혐의가 있어도 고발 여부를 내부 판단으로 무마하며, 성희롱이나 배임 문제도 경징계나 주의 정도로 처분으로 정리되는 구조가 수년간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개인 비위가 반복된 배경에는 이를 제어하지 못한 조직 내부의 구조적 결함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비리 온상으로 지목된 선거판
특별감사에 참여한 외부 감사위원 중 일부는 농협 선거 제도의 제도적 취약성을 문제로 언급했다. 조합장과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현행 구조가 금품 제공 등 불법 행위 개입 가능성을 높이며, 인사와 사업 결정 과정으로까지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농업협동조합법상 선거범죄의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게 설정돼 있어, 불법 행위에 대한 사후 책임을 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언급됐다. 이 같은 제도적 특성이 선거 과정의 위법 행위를 억제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중앙회장 중 상당수가 재임 중 비리 의혹이나 선거법 위반 문제로 수사 대상이 됐다.
한호선(재임기간: 1988년 3월~1994년 3월) 전 회장과 원철희(1994년 3월~1999년 3월) 전 회장이 재임 중 비자금 및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정대근(1999년 3월~2007년 11월) 전 회장도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원병(2007년 12월~2016년 3월)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과 리솜리조트 특혜대출 개입 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고, 김병원(2016년 3월~2019년 12월) 전 회장은 재임 중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돼 임기를 마친 뒤 당선 무효가 확정됐다.
선거 방식과 관련한 제도 보완이 반복돼 왔지만, 권한 집중 구조와 선거 환경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 단독 감사 넘어 범정부 대응 국면으로
이 대통령의 농협을 향한 강도 높은 개혁 주문 이후 정부의 대응 방식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농식품부 단독 감사에 그치지 않고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이 구성됐다. 특별감사반은 오는 26일부터 농협 부정선거와 금품선거는 물론 지금까지 접수된 농협 비리 관련 제보를 중심으로 촘촘한 감사망을 구축해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 당국까지 이번 감사에 참여하는 것은 농협의 운영 문제가 협동조합 차원을 넘어 금융 부문과 공공 부문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추가 감사를 거쳐 오는 3월 중 특별감사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며 동시에 선거 제도와 내부통제,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농협개혁추진단’ 구성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찰 수사와 추가 감사에서 위법 행위의 범위와 책임 소재가 어디까지 드러나느냐다. 개인 차원의 비위로 정리될지, 조직적 관리·감독 책임으로까지 확대될지가 관건이다.
또 다른 변수는 최종 처분 수준이다. 시정 권고와 제도 개선에 그칠지, 인사 조치나 법·제도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정부가 농협 문제를 어느 범위까지 구조적 사안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과거처럼 단기적 조치로 마무리되기보다는 제도 전반을 점검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수사 결과와 감사 처분 수위가 향후 농협 개편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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