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조창용 기자) 실거래가 통계는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본래 목적인 세금추징뿐만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까지 반영될 정도로 다양한 곳에 부동산 통계자료 또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감정원이 논의 중인 아파트 투자지수가 이 실거래가로 표준 지수화 된다면 그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통계를 쌓아 나가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갈수록 정확한 정보제공이 중요해지는 만큼 대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거래된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195.39㎡는 9층이 35억원에, 14층이 45억원에 각각 매매가 이뤄졌다. 아무리 5개 층수가 차이 난다고 해도 같은 면적인데, 10억원이나 거래가격이 벌어진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또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아파트(전용면적 27.68㎡)는 같은 18층의 두 집이 지난 10월에 각각 5억8,000만원과 4억6,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면적 아파트가 1억2,000만원이나 차이 나게 거래된 셈.
지난 23일부터 순수 토지의 실거래가격도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http://rt.molit.go.kr)’을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아파트 분양ㆍ입주권 전매, 오피스텔 매매 및 전월세 등 실거래가격이 공개된 데 이어, 이젠 건축물이 없는 토지 거래가격까지 공개되는 셈.
앞으로는 굳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지 않더라도, 컴퓨터나 휴대폰만 있으면 원하는 부동산 거래 내역을 손쉽게 살필 수 있게 됐다. 이사철만 되면 전월세가 걱정에 밤잠을 설쳐야 했던 실수요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 정부도 “국민들이 거래 시 참고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가격정보 제공을 확대함과 동시에, 탈법적 부동산 거래관행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힐 정도로 올바른 정보제공이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2006년부터 도입됐지만 가격을 높여 쓰거나 낮춰 쓰는 등의 허위신고가 여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논란이 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부동산 거래 10건 중 8건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신고하는 업(Up) 계약”이라고 밝혔다.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집계된 부동산 거래신고 건수(242만8,000건) 중 78.5%가 시세보다 높게 신고됐다는 설명이다.
금융기관에서 더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이거나, 추후 집값이 올라 매매할 때 양도세를 덜 내려는 것이다. 한편으론 당장 취득세를 줄이려고 다운(Down)계약을 하는 이도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의심거래로 확인되면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곧바로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일이 흔하게 벌어지는 건 부동산 매매 계약 후 거래 당사자 등이 60일내 해당 지자체에 이를 신고하는 의무만 이행하면, 내용이 곧바로 시스템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시스템 안에서 이상 신고를 거르는 기능이 없을뿐더러, 1,2명의 담당 공무원이 그 많은 신고가 사실인지 밝히기는 더더욱 어려워 걸러지지 않은 정보가 공유되는 셈이다.
게다가 전ㆍ월세 거래내역의 경우 신고 의무조차 없다. 보증금 보호 목적으로 확정일자를 받기 위한 서류 작성시에 거래금액을 써내는 것이 등록되고 있는 상황. 보증금이 적은 보증부 월세나 순수월세는 사실상 보호받을 금액이 적어 확정일자조차 잘 받지 않기 때문에 절대적인 통계 자체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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