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제너럴모터스(GM)가 제시한 한국GM 구조조정의 ‘데드라인’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GM은 이때까지 노사 등 관련자들의 합의가 없으면 파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지만 한국GM 노사는 막판 임단협 교섭에서도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인천 부평공장에서 벌인 제9차 임단협 교섭에서 비용절감에 대한 잠정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사측은 노조가 비용절감에 먼저 합의할 경우 군산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할 수 있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비용절감 합의와 관계없이 군산공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지난 16일 개최한 제8차 임단협 교섭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회사가 처한 상황이 시급하기 때문에 먼저 조건부 합의 후 회사가 고민하는 군산공장 문제와 공장별 미래발전방안에 차후 논의하자”고 밝혔다.
또 카젬 사장은 “회사 생존 방법은 잠정 합의뿐이다”며 “합의가 이뤄지면 부도신청이 중지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도신청이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일괄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충분히 고통 분담을 할 수 있지만 회사가 신차 배정을 포함한 미래발전전망 확약과 군산공장 인력 고용 문제 등 2가지 핵심 요구에 먼저 답변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처럼 법정관리 기로에 서있는 한국GM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 합의’라는 1차 관문을 넘어야 한다.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노사문제 정리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실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GM과 산업은행이 추가로 논의할 사항은 마땅히 없다”며 “엥글 사장의 이번 방한 주요 목적은 노사문제에 있다”고 설명했다.
엥글 사장은 오는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하며 시한 내에 비용 절감을 위한 노사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부도를 신청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한국GM 노사문제 조정 역할에 대해서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GM의 노사 문제는 개입할 여지가 없고 개입할 방법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사문제뿐 아니라 차등감자와 경영 실사 문제도 한국GM 경영정상화의 핵심 쟁점이다. 현재 GM은 자금지원을 논의 중인 산업은행과 차등감자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이와 관련 “GM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면 우리 지분이 굉장히 낮아지는데 현재 차등감자를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GM 측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 부분이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GM이 한국GM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면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GM의 지분(17.02%)은 대폭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을 거부(비토권)하는 방식으로 GM을 견제할 수 없다. 비토권을 행사하려면 최소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 실사 문제도 난관이다. 이 회장은 “제일 핵심이 되는 자료는 이전비용인데 이는 GM 입장에서 글로벌 전략이고 세금 문제가 있어 우리가 원하는 만큼 내놓기 힘들 수밖에 없다”며 “원하는 만큼 자료가 나오지 않으니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GM은 오는 20일 부도신청 작업에 이미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엥글 사장에 이어 댄 암만 GM 총괄사장이 데드라인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희망퇴직금을 위한 대출도 갑작스레 철회했다.
한국GM 사측은 내부적으로 재무·인사·법무 관련 조직을 통해 법정관리 신청 실무 작업을 준비하며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추가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생산 시설을 궁극적으로 폐쇄하고 연구·디자인 센터와 판매 조직 정도만 국내에 남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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