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한국GM 철수설’이 명절 연휴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매년 한국GM 철수설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올해는 좀 더 심각한 상황이다. GM 본사에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라는 압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중순 한국GM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등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도 한국을 방문해 논의를 구체화했다.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가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는 GM의 부탁을 들어줄 수도 안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한국GM이 철수하면 대량 실업이 생길 수 있어 지원 요청을 마냥 외면하기도 힘든 상황은 맞다. 그러나 GM의 요청을 받아들여 재정지원을 감행하더라도 경영정상화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앞서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 매각 당시에도 2000억원 넘게 출자한 바 있는 정부가 적자가 쌓이고 있는 한국GM에 신규 대출이나 증자를 할 경우 밑 빠진 독에 혈세를 쏟아붓는 꼴이 될 수 있다. 한국GM의 부채는 공개된 것만 약 3조원 규모로 자본잠식 상태다.
이런 상황에 GM은 국내 시장에 아무런 협상 카드도 내놓지 않은 채 지역 경제를 두고 협박만 하고 있다. 군산공장은 사내·외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고용인원이 1만2000여명에 달한다. 공장 폐쇄로 이들 모두 실직자가 되면 지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GM은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무 이하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M의 이 같은 자구 노력에도 정부와 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직원들의 입장에서 희망퇴직은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GM은 희망퇴직 외에 별다른 실직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뚜렷한 대책 없이 무턱대고 공장 폐쇄부터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실질대책 마련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협상은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해 나가는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말한다. 현재 GM의 행보로는 정부 지원은 물론 여론 공감도 얻을 수 없다. 정부는 GM의 ‘꽃놀이패’에 휘둘리지 말고 현명한 협상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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