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한국GM 노사가 비용절감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GM 본사가 예고했던 법정관리 신청 위기를 넘겼다.
23일 한국GM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새벽 4시 50분에 시작해 오후 4시 3분까지 약 12시간 이어진 ‘제14차 임단협 교섭’에서 군산공장 고용 문제와 신차 배정, 복리후생비 절감 등의 자구 노력을 담은 노사합의서를 채택했다.
합의서에는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 68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추가로 실시하되 무급휴직은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희망퇴직 후 잔류인원은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으로 각각 전환배치할 예정이다.
또 노조 측이 지속적으로 제시한 미래발전방안과 관련해 사측은 부평공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창원공장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신차 배치를 확약했다.
이 중 부평공장에는 소형 SUV 뿐만 아니라 말리부(중형 세단)을 대체할 후속 모델 물량 확보를 위해 ‘부평2공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창원공장의 경우 경차 스파크 단일 모델로 4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 당초 배치 시점인 2022년보다 1년 이상 앞당기기로 했다.
아울러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서는 법정휴가와 상여금 지급 방법, 귀성여비 및 휴가비, 학자금, 임직원 차량 할인 등 일부 복리 후생성 항목들에 대한 단체협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사무직 승진 미실시, 적치 미사용 고정연차 등에 대한 별도 제시안에도 합의했다.
한국GM 관계자는 “노사협상 잠정합의를 통해 노조가 회사 정상화 계획에 동참했다”며 “앞으로 회사 차원에서 미래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른 경과를 노조와 지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산업은행 및 정부와의 자금 지원 협상이라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다만 한국GM 노사 합의가 이뤄진 만큼 산은과 GM은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협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먼저 정부와 산은은 기존에 발표한 3대 원칙 하에 최대한 신속하게 실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3대 원칙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정상화 마련 등이다.
현재 산은과 GM 간 협상의 최대 쟁점은 본사차입금 27억 달러(한화 약 2조9000억원)에 대한 출자전환과 산은의 5000억원 자금지원 여부다. 여기에 GM이 요구한 부평·창원공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역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산은은 GM이 출자전환하는 대신 차등감자를 통해 산업은행 지분율을 유지해야만 신규자금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GM은 출자전환 대신 추가 대출을 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한국GM 실사보고서 또한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앞서 산은은 지난 20일 한국GM에 대해 “경영정상화 계획이 실행되면 오는 2020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간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최종보고서가 내달 초 이후에나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협상 과정에서 보고서의 실효성 논란 또는 핵심자료 제출 여부를 놓고 산은과 GM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여지도 충분하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정상화까지 해소돼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며 “산은과 GM 간 협상은 물론 정상화 과정에서 피해를 볼 협력 부품업체와 납품업체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심층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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