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향후 추가자금 투입은 주주 간 약속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2일 KDB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종 한국GM 부사장이 던진 말이다.
한국GM이 향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추가자금 지원을 두고 주주 간 약속을 강조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합의 당시 약속한 내용을 그새 잊은 모양새다. 한국GM이 지난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분리를 강행하면서 ‘철수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간단하다. 한국GM은 법인분리를 통해 생산과 정비, 판매를 맡는 기존법인과 기술개발 및 디자인을 담당하는 신설법인을 두게 됐다. 이를 통해 R&D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고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을 도모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반면 한국GM 노동조합은 소위 ‘먹튀’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향후 생산을 축소하거나 철수 과정에서 핵심 알맹이만 쏙 빼가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물론 한국GM이 주장하는 법인분리의 필요성도 나름의 논리가 있고 이를 향한 의혹의 시선에도 이유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점이다. 지난 2월 한국GM의 갑작스런 군산공장 폐쇄를 시작으로 불거졌던 철수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지 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한국GM의 철수를 막기 위해 산업은행을 통해 8100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고 노조 역시 뼈를 깎는 자구책에 합의하며 회사를 살려냈다. 그런데 한국GM은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법인분리를 강행하며 철수설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것이다.
산업은행의 부정확한 액션 역시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미 6개월 전 한국GM의 법인분리 추진 계획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GM의 일방적 경영권 행사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양새다.
결국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도 불과 5개월 만에 발생한 GM의 먹튀 논란은 사측의 독단적 행태와 산업은행의 무능함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GM의 내수시장 판매실적은 여전히 저조하다. 잃었던 신뢰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조금 더 현명하고 신중하게 행동할 수는 없을까.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은 피하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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