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중앙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24시간 2교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관세청 공항만 감시 근무자들에게 ‘워라밸’은 꿈 같은 이야기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월평균 288시간, 연간 3456시간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7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공직사회 근로시간 단축' 관계부처 비공개 합동회의를 열고 주 52시간 근무제의 공직사회 적용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당시 홍남기 국조실장은 "공직사회가 민간을 선도해야 한다“며 ”경찰·소방·세관 등 현업직 공무원의 인력 증원이 가능한지 면밀히 살펴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났고, 관세청은 올해 공항만 감시 근무자들의 근무체제를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할 수 있는 인원을 확보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올해 증원 인력을 신청한 175명 중 141명이 조정안으로 확정됐다. 이중 62명이 통관감시 업무에 추가로 배정되면서 3교대 근무체제로 전환이 확실해졌다.
다만, 전면 3교대 근무체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통관감시 증원 정부안은 96명이었지만 지난해 국회 심의 과정 중 34명이 감축됐기 때문.
관세청 관계자는 “배정받은 인원으로는 전체 세관이 모두 3교대 근무로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부산본부세관의 한 개 기관은 내년에 개선하기로했다”고 말했다.
전국 세관에서 일부 직원들만 전환하는 것보다는, 세관별로 통째로 전환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공무원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비현업직 근무자들은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주 40시간 일하고 초과근무는 월 57시간을 넘길 수 없다.
그러나 세관 감시 업무와 같이 상시근무 체제나 토요일·공휴일 정상근무 필요가 있는 현업직 공무원은 얘기가 좀 다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업직의 경우 기관 내부사항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지침이 있다”며 “관세청에서도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 인사조직 관계자는 “교대근무자는 당연히 초과근무 전 시간이 인정된다”며 “구체적으로는 예산각목명세서에 이들의 수당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굳이 교대근무 할 필요 없이 인력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무원 증원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먼저 각 부처에서는 소요정원안을 4월말까지 작성해 행정안전부에 제출하면 이를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11월 예산안 심사와 12월 국회 본회의를 거친다. 이후 다시 행정안전부로 이송된 안을 통해 배정계획을 각 부처에 넘기는데 관세청은 2~3월 쯤 ‘관세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개정해 정원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관세청의 공항만 감시 근무자들의 ‘맞교대’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관세청은 지난 2017년 당시 126명의 인력증원을 요청했으나 국회 본회의 심의 과정에서 절반 정도인 62명으로 줄었다.
이 중 19명이 지난해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하는 공항만 감시조직에 우선 배치돼 3조 3교대 근무체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올해 통관감시 증원 인력 62명을 반영한 3조 3교대 근무로 전환은 새내기 관세직 공무원이 신규채용자과정 교육을 마치는 4월~5월 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공항만 감시업무 관계자는 “그동안 24시간 2교대 근무로 건강상의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 단계적으로 인원을 충원해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관에서 교대근무 하는 이들의 주52시간 적용에 대해서는 ‘아직 멀었다’고 답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공무원들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렵겠지만, 정부와 맞춰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최종 목표는 4조 3교대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관세청 비현업직은 초과근무까지 포함하면 월 190~200시간 일하는데 현업직도 4조 3교대로 전환하면 200시간 정도로 줄어들어 근무시간이 얼추 비슷해진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교대근무제를 개선하기 위해 세관, 출입국직 등에 대해서 인력보강을 하려한다”면서도 “예산문제와 국회의원들의 심의도 있다보니 한번에 대폭 증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원 후 매년 검토를 통해 근무환경이 얼마나 좋아졌나 성과까지 보면서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복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사혁신처에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검토해봤지만 각 부처마다 특성이 있어 한꺼번에 일률적으로 주52시간 적용은 어렵다”며 “아직까지는 민간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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