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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금감원장 잔혹사 끊은 윤석헌…소비자 보호에는 ‘호랑이’ 혁신에는 ‘유연’

오는 8일, 취임 1주년…최단기 금감원장 후임, 종합검사 부활 등 광폭 행보

 

(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문재인정부에게 금융감독원장 자리는 항상 아픈 손가락이었다. 금융혁신지원과 내부쇄신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문 정부의 첫 번째 금감원장과 두 번째 금감원장이 잇달아 최단명 기록을 세우며 중도 낙마했기 때문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채용비리 사태로 뒤숭숭하던 금감원 내부를 쇄신해 나갔지만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하나은행에 지인 아들의 채용을 청탁한 혐의가 불거져 6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그 뒤를 이어서 금감원장에 임명된 이는 여당 국회의원 출신의 김기식 전 의원이었다.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금융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만큼 김 전 의원은 금융개혁에 대한 강한 기대를 받으며 금감원장 임기를 시작했으나 과거 외유성 출장과 셀프 후원 등의 의혹이 불거지며 임기 15일만에 자진 사퇴를 했다.

 

두 명의 비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잇달아 정책을 펼치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자 문 정부의 금융개혁이 동력을 잃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됐다. 인사검증 부담이 덜한 관료출신 인사를 차기 금감원장으로 선임해 우선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문 정부는 한 번 더 외부인사를 선택해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선 두 명의 금감원장들 보다 더욱 진보적인 성향의 금융경제학자 윤석헌 서울대학교 객원교수를 금감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윤석헌 금감원장은 그 선택이 옳았음을 현재까지 증명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혁신성장 지원과 금융 감독 두 부분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며 지난 두 번의 ‘금감원장 잔혹사’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취임 1주년을 앞둔 지금도 그는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혁 성향 대표 ‘진보학자’…“금융감독 체계 개편” 지속 주장

 

윤석헌 금감원장은 1948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산타클라라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을 거친 그는 1998년 한림대학교 경영대학 재무금융학과 교수를 맡으며 학계에 진출했다. 한국재무학회장과 한국금융학회를 역임하는 등 학계에서 높은 평가 받았으며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 등도 지냈다.

 

윤 원장은 금융경제학계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인사로 통한다. 학자로 있으며 지속적으로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감독 체계 개편,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앞장서서 주장해왔다.

 

특히 윤 원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으로 학계와 업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금융위, 금감원 중심의 체계를 해체하고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금융위를 해체한 후 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로, 감독기구는 금감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원장의 개혁적 성향은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활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그는 위원장으로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권 전반에 걸친 혁신안을 권고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혁신위의 최종 권고안에는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금융사 노동이사제 도입 ▲은산분리 규제 유지 ▲금융지주사 자격요건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의 의견이 포함됐다.

 

 

동시에 그는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과 증권선문거래소(현 한국거래소), HK저축은행(현 애큐온저축은행),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생명) 등 다수 금융사에서 사외이사를 맡아 실무적 감각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자 아닌 감독당국 수장 “내 생각에 얽매이지 말라” 요구…핀테크 혁신 등 오픈마인드

 

윤 원장이 금감원장 자리에 오르자 업계는 일제히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늑대(김기식)를 피하려다 호랑이(윤석헌)를 만났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금융회사와의 전쟁’ 발언은 이러한 불안들을 더욱 증폭시켰다.

 

하지만 윤 원장은 취임 이후 학자로서의 소신과 금감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철저히 구분하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금감원 내 임직원들이 취임 전 자신이 내세웠던 주장들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회의 때마다 “기존에 밝혔던 내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으며 혼자 배낭을 메고 출근을 하는 등 권위적이지 않은 리더십으로 소통을 늘리기도 했다.

 

또한 소셜라이브 ‘NOW’ 방송 등으로 금융소비자와도 소통을 시도했으며 정책 조언을 구하기 위해 여러 학계 인사들을 직접 찾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이 된 ‘금융회사와의 전쟁’ 발언에 대해서는 “표현이 너무 과했다”고 말하며 직접 해명했다.

 

윤 원장의 이러한 유연한 태도는 핀테크 혁신 지원 부문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금감원 한 핀테크 관련 부서 관계자는 “학자 시절의 강한 이미지 때문에 내부에서도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역대 만났던 금감원장들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기술 혁신 등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핀테크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확실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집이나 욕심을 부리지 않는 편이다”며 “실무진들에게 많은 부분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원장은 지난해 10월 ‘핀테크 타운홀 미팅 핀톡(FinTalk)’에 참석해 “Finance(금융)는 내 전문 분야지만 Technology(기술)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핀테크 업체가 일을 하다보면 규제로 인해 좌절하는 경우도 많은데 금융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규제 개선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육성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완화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7월 국회 정무위원회와의 첫 대면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질의를 받은 윤 원장은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개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금감원장으로서 규제 완화에 반대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엄격’…“금감원장, 내 인생 마지막 자리라고 생각”

 

대신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소에도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 강화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소비자 보호가 우선돼야 시장의 신뢰가 강화되고 성장을 위한 자본 공급도 활성화된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도 그는 “금융소비자들과 금융사들의 관계는 비대칭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그는 또 한 번 “과도한 개입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소비자 보호, 시장 건전성 침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자율적 방법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법정 공방으로 번진 삼성생명과의 즉시연금 갈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8월 삼성생명이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윤 원장은 “금융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여야 한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금융회사와 고객의 문제기 때문에 금감원은 권고를 할뿐이지만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취급받는 것은 감독자로서 수용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우리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위험관리, 시장안정도 윤 원장이 강조하는 금감원의 중요 역할 중 하나다. 취임식 당시 윤 원장은 “금감원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위험관리 역할을 다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념 아래 그는 감리와 재감리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을 받아냈으며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금융사 종합검사를 부활시켰다.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금감원장을 제 인생 마지막 자리라고 생각한다”는 윤 원장의 말이 그의 뚝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안마다 갈등 ‘불편한 동거’…업계, 금융위와의 갈등 ‘해결과제’

 

취임 1주년을 맞은 윤 원장의 최대 해결과제로 꼽히는 것은 업계 그리고 금융위와의 갈등이다.

 

우선 윤 원장은 소비자보호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모습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왜 보험사를 악당으로만 만드느냐”는 불만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과거 보험사 자살보험금 이슈를 맡았던 이성재 전 여신금융국장을 올해 초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선임하면서 이러한 불만은 더욱 커졌다.

 

 

카드업계에서도 최근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중소가맹점 수수료 조정으로 수익이 줄어든 반면 핀테크 금융결제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돼 경쟁은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의 활성화와 안정화를 위해서는 이들 업계와의 갈등 해소도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와의 긴장관계도 풀어야 한다. 윤 원장은 금감원장 선임 전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당시 최 위원장은 혁신위가 제안한 대부분의 권고안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보였고 이에 윤 원장은 “서운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금감원장이 된 이후에도 갈등 관계는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키코 재조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처리 등 굵직한 현안마다 다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0월에는 금융위가 ‘금감원 TF전수조사’를 실시하며 갈등이 고조됐고 예산안 삭감문제가 터지며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금융위는 금감원의 올해 예산을 크게 삭감하려고 했고 이에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 해체까지 주장하며 반발했다. 당시 금융위는 금감원에 3급 이상 직원의 비중을 30%까지 줄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두 기관의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년사에서 윤 원장과 최 위원장은 각기 다른 ‘소비자 보호’와 ‘금융규제 개혁’의 가치를 내세우며 또 한 번 엇박자 행보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금감원이 한국투자증권의 ‘최태원 SK회장 불법 개인대출’ 혐의를 경징계로 마무리함으로써 금융위와의 갈등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금융위의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해당 안건을 ‘혐의없음’으로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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