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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이슈체크]한국손해사정사회 ‘사분오열’…집안 싸움에 업계는 '몸살'

손해사정사 이탈 가속…새로운 사단법인 인가 시도까지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손해사정사업계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손해사정사와 연관된 대형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존 한국손해사정사회(이하 한손회) 경영진의 소극적인 행보에 반발한 손해사정사들이 협회를 이탈, 별도의 협회 인가를 강력 추진하고 있는 것.

 

보험사 위탁 법인들의 독립에 이어 추가 회원이탈로 인해 금융당국에게 유일하게 인가 받은 한손회의 위상이 대폭 약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복수 협회 인가?…서로에게 등돌린 손해사정사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사정사업계의 대표 단체인 한손회가 내부 회원들의 의견차이로 혼란을 겪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해 추진했던 손해사정제도 개선에서 비롯됐다.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권한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손해사정 수임 비용과 기준을 설정하는데 손해사정사 사이의 의견차이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한손회에서 이탈한 손해사정사들은 손해사정 수임 비용을 다소 낮게 책정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손해사정사를 대표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했던 한손회의 입장은 달랐다. 한손회는 협상 과정에서 도출된 수임비가 지나치게 낮은데다 수임 자격도 한손회 정회원에 한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손사회에 회비를 납부하지 못하는 손해사정사는 물론 일부 정회원들까지 한손회에 반기를 든 계기가 됐다. 가입비 100만원에 월 5만원 수준의 회비를 납부하기 어려운 영세 손해사정사들 입장에선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란 우려가 컸던 것이다.

 

손해사정 제도 개선안에 손해사정업계가 의견을 모으지 못하자 결국 금융당국은 당초 예정된 제도 시행 시점을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손회 역시 제도 연기의 책임을 놓고 내부에서 벌어진 격렬한 책임공방을 피하지 못했다.

 

한번 증폭된 갈등은 잦아들지 않았다. 과거 변호사협회가 손해사정사의 변호사법 위반을 지적한데 대해 한손회가 보였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한손회는 결국 일부 회원과 비회원의 이탈을 감수해야했다. 한손회의 운영 행태를 비판했던 손해사정사들은 전국손해사정사협회(이하 전손회)를 발족, 금융위원회 사단법인 인가를 추진했다.

 

전손회 관계자는 “한손회는 손해사정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단체임에도 금융당국의 의견에 거수기 역할만을 하고 있다”며 “회비에 의존해 운영되는 한손회가 정작 손해사정사들에게 불합리한 피해를 주는 정책이나 외부 공세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갈등이 증폭됐다”고 말했다.

 

한손회 위상하락 불가피?…대관 협상력 약화 우려 목소리↑

손해사정사업계는 한손회의 분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내부 갈등을 가벼이 보고 있지 않다.  이미 과거 보험사 위탁 손해사정법인들과의 의견차로 위탁 법인들이 이탈해 대한손해사정법인협회를 설립한 바 있기 때문이다.

 

손해사정사 일각에선 20~30개 법인만이 떨어져 나갔던 대한손해사정법인협회와 달리 전손회가 433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열 여파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손해사정사들의 연이은 이탈로 한손회가 지니고 있었던 대표단체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이는 손해사정사 업계 전체의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전손회는 한손회와 달리 회원 가입 비용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월 회비 역시 1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전손회는 한손회를 대신해 손해사정사 업계 최대규모 조직임을 자청하고 있다.

 

전손회 관계자는 "손해사정사 관련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한손회의 독선적인 경영을 시정하려 했으나 결국 의견 차이로 별도 협회를 창립했다"며 "손해사정사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협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2 협회 인가 가능성은?

현재 한손회는 일부 회원 및 비회원들과 갈등을 빚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회원 이탈로 인한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한손회 운영에 반발하고 이탈한 회원사는 10개사 이하에 불과하며 전손회 설립 이후 한손회 정회원은 오히려 늘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손회에 따르면 정회원은 갈등이 촉발됐던 작년말 기준 380여명에 머물러 있었으나 현재는 회원수가 420여명으로 늘어났다. 내부 갈등에도 불구하고 정회원이 10% 가량 증가한 것이다.

 

한손회는 금융위 인가를 받은 유일한 손해사정사 단체다. 손해사정 정책은 물론 각종 이슈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큼, 한손회의 영향력 축소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손회 관계자는 “전손회로 이탈한 정회원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갈등이 격화됐던 것은 사실이나 최근에는 정회원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혼란이 수습되는 단계에 있다”며 “손해사정사 대변 단체로서의 한손회의 역할이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가 협회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사단법인이 등장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한손회가 손해사정사업계에서 현재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란 예측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는 사단법인 인가를 신청한 전손회에 대해 재정 독립이 불투명하고 한손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복수 협회 설립의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전손회는 금융위의 불인가 결정에 불복하고 인가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정리해 인권위원회에 제소했으나, 손해사정사업계는 1~2개월 이후 나올 결과가 금융위 결정을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원 없는 협회 밥그릇 싸움…손해사정사 눈길 ‘싸늘’

한손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손해사정사업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해사정사의 절대 다수가 보험사에 소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독립 손해사정사들이 이권에 따라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손회는 손해사정사 단체 중 유일하게 인가된 단체임에도 정작 손해사정사를 대변하기에는 회원 폭이 지나치게 좁았던 한계가 있었다.

 

2018년 41회 손해사정사 시험 최종 합격자는 559명에 달했다. 매 시험마다 500명 이상의 신규 손해사정사가 시장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음에도 한손회의 정회원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15개 손보사는 총 3320명의 손해사정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손회와 전손회 소속 정회원을 합쳐도 3배 이상의 규모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는 손해사정사의 대다수가 보험사의 손해사정자회사나 위탁 손해사정법인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손해사정 업무가 자회사나 위탁 법인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손해사정사들은 굳이 협회에 가입할 유인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해사정자회사를 운영하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경우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손해사정업무의 자회사 위탁률이 100%였으며 같은 기간 내 한화생명의 자회사 위탁률은 3년 간 99.3%였다.

 

손해보험사 역시 자회사를 운영 중인 4개사(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의 평균 위탁률이 84.8%에 달하고 있어 사실상 손해사정업무를 스스로 처리하고 있는 상태다.

 

자연스레 한손회를 비롯한 손해사정사협회 표방 단체들은 독립 손해사정사들이 핵심이 되고 있다. 한손회가 보험사 소속 손해사정사를 협회로 합류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 임에도 ‘집안싸움’에 조직이 쪼개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손해사정사업계 관계자는 “업계 유일 협회였던 한손회가 내부 구성원들의 갈등으로 쪼개지면서 손해사정 단체가 난립하게된 상황이다”며 “손해사정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종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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