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범죄와 무관한 사람의 은행계좌도 보이스피싱 등 통신사기에 사용됐다면 금융기관으로부터 지급정지 등 제한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7일 사기 이용 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를 규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헌법소원을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지급 정지된 계좌 명의자의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 A씨는 2018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장모씨에게 문화상품권을 판매하고, 장씨 명의로 82만8천원을 입금받았다. 그러나 이 돈은 B씨가 사기범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해 송금한 것이었다. B씨는 곧바로 금융사에 피해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사기 범죄에 사용된 A씨 계좌는 지급정지됐다. A씨 명의의 다른 계좌들도 전자금융거래 제한이 걸렸다. A씨는 이의제기에도 일부 제한 조치가 해제되지 않자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관련 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사건을 심리한 헌재는 해당 조항으로 범죄와 무관한 계좌 명의자의 재산권이 일시적으로 제한될 수는 있지만, 그 정도가 피해자를 구제하는 공익에 비해 중하다고 볼 수 없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급 정지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 회복이 어려울 수 있고,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그러면서 "계좌 명의자가 입금받은 돈이 정당하게 취득한 것임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 이의제기하면 지급정지 조치가 해제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지급정지 종료 지연으로 손해를 입으면 금융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남석·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지급정지 조항은 잠재적 피해자의 재산권 보호를 현실적 피해자인 계좌 명의인의 재산권 보호보다 우선시하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가 지급정지 및 전자금융거래 제한 조치에 대해 처음으로 판단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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