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최근 4년간 전세보증금이 135조원(5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전세금 폭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서울 양천갑 지역위원장)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보증금 총액은 2010년 258조원에서 2014년 393조원으로 135조원 늘어났다. 연평균 13%씩 급증한 것이다.
2014년 조사시점(작년 3월) 이후 전세가격이 평균 6.2%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보증금 총액은 417조원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월세보증금은 36조원으로 전월세 보증금 총액은 430조원에 달한다. 현재 전월세 보증금 총액은 대략 457조원으로 추정된다.
전월세 보증금은 공식적인 가계부채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세입자에게 돈을 빌리는 부채에 해당한다.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환매조건부채권(RP)과 상품구조가 유사하다. 따라서 가계부채 1360조원(2분기 자금순환통계 추정)과 임대보증금 457조원을 합하면 실제 가계부채 총액은 1817조원에 달한다. 이는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225%로 OECD 평균 134%보다 68%(91%p) 높은 상태라 할 수 있다.
2010~2014년 기간, 아파트 전세보증금은 168조원에서 269조원으로 101조원(60%) 증가했다. 늘어난 전세보증금의 75%를 차지한 것이다. 또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보증금은 같은 기간 129조원에서 207조원으로 78조원(60%) 늘어났다. 늘어난 아파트 전세보증금 총액 중 7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는 말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가구수는 1665만에서 1839만으로 175만 가구(10.5%) 늘어났다. 전세 가구수는 344만에서 398만으로 53만 가구(15.5%) 늘어났다. 이 중 수도권 전세가구는 254만 가구(64%), 아파트 전세가구는 193만 가구(48%)에 달한다. 전세가구는 2014년에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3년 409만 가구에서 2014년 398만 가구로 11만2천가구(2.7%) 감소한 것이다. 전세가구의 비중도 22.5%에서 21.6%로 줄어들었다.
가구당 평균 전세보증금은 2010년 7496만원에서 2014년 9897만원으로 2401만원(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가구의 가처분소득은 3184만원에서 3898만원으로 714만원(22%)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세보증금 상승분은 가처분소득 증가분의 3.4배에 달하는 것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는 공공임대주택이나 농촌지역 주택 등을 모두 포함한다. 다시 말해 1000만원 이하 전세를 사는 21만 가구(5.3%)도 포함되어 있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된 것을 감안해야 한다.
주거형태가 아파트인 가구의 평균보증금은 1억365만원에서 1억3961만원으로 3596만원(35%) 증가했다. 수도권 전세아파트 가구의 평균보증금은 1억2803만원에서 1억8023만원으로 5220만원(41%) 늘어났다.
통계청 조사시점(2014년 3월) 기준, 민간 주택 대상인 KB부동산통계의 수도권 전세아파트 평균가격은 2억1747만원이었다. 대략 20% 차이가 난다.
전세계약은 통상 2년 주기로 갱신되기 때문에, 수도권 전세아파트 가구는 2년마다 기존 전세금의 20%인 2600만원씩 추가로 부담한 셈이다. 반면 이들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4081만원에서 5111만원으로 1030만원(25%)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세보증금 상승분은 가처분소득 증가분의 4.2배에 달하는 셈이다. 소득증가분을 초과한 전세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소비침체와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졌다. 국내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2010년 말 12조8천억원에서 금년 7월 38조2천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세대출은 30대가 47.6%(18조2천억원), 40대가 26.4%(10조천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3~40대가 전체의 74%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준 의원은 “빚내서 집사라는 부동산정책이 전세보증금 폭증으로 귀결되어 서민들은 2년마다 보증금 마련에 시름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3년 전 말한 세입자가 집 걱정 없는 세상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매매위주의 부동산가격 부양이 아니라, 전월세대책 등 주거안정을 목표로 부동산정책의 근본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제도적 대책과 더불어 전세대출 금리인하 등 단기대책을 통해 주거안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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