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사장)가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8개월 만이다.
정 대표는 지난 7월 말 전면 작업 중단과 철저한 안전 점검을 약속했지만,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 대표는 이날 공식 사직 의사를 표명했으며, 포스코이앤씨 임원진들도 함께 사의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역시 그룹 차원에서 비상조치를 가동하며 조직 전반에 대한 긴급 진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광명~서울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또다시 인명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회사의 존립 가치는 안전에 있으며, 이번 사고를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근본적 쇄신을 요구하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사장으로서 반복된 사고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특히 “이번 결단이 체질적 혁신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전 임직원과 협력업체 모두가 참여하는 자율적 안전문화 정착과 안전 중심 경영체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에만 네 건의 중대재해 사고를 겪었다. ▲1월 16일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4월 11일 광명 신안산선 복선전철 터널 붕괴사고 ▲4월 21일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 ▲7월 28일 고속국도 14호선 함양~창녕 구간 건설공사 천공기 끼임사고 등으로 각각 사망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8월 4일 오후 1시 34분경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노동자 A씨가 심정지 상태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감전 사고로 추정되며,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고는 포스코이앤씨가 공사 재개를 선언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일어났다.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책임론은 정부 차원까지 확대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포스코이앤씨의 사고에 대해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며, 아주 심하게 말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정 대표는 인천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동아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2년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에 입사해 현장, 기획, 해외사업 등 주요 부서를 거치며 23년간 재직했다. 지난해 말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수익성 개선과 조직 안정화를 이끌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으나, 잇따른 사고 속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편, 포스코는 이날 그룹 전 계열사에 비상경영지침을 하달했다. 부장급 이상 직원에 대해 주 4.5일제 근무 자제를 권고하고, 전 직원이 주 5일 정상근무 체제를 철저히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사내 회식도 자제할 것을 지시하며, 조직 전반의 긴장감과 책임의식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포스코이앤씨는 마지막으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고인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태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근본적인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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