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의사의 진료 목적은 환자에게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둔다. 이러한 목적성으로 인해 진단서에 적히는 질병분류번호는 의사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질 수 있다. 하지만 보험을 가입한 환자의 입장에서 질병분류번호는 보험금을 수령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말트림프종(MALT Lymphoma, 점막연관 림프조직 림프종)이다.
말트림프종은 위 점막에서 자주 발견되며, 만성 위염이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는 이 질환이 병리학적으로 저등급 악성 림프종임에도 불구하고, 조직검사만으로는 확진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세포학적 변화가 미세하고, 위염성 변화와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의 조직검사에서 애매한 소견이 나오면 병리의사는 ‘의심(suspicious)’ 또는 ‘consistent with MALT’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환자는 의사에게서 “말트림프종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듣고 치료를 받는데도,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는 “조직검사로 확정된 악성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담당 의사들은 말트림프종의 특성을 고려하여 조직검사 외에도 추가로 시행되는 면역조직화학검사, 분자유전학적 검사 등 정밀검사 결과에 근거하여 말트림프종으로 진단을 하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때 ‘병리학적 확정 진단’만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붉어지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로부터 분명히 “림프종, 악성 가능성”이라는 설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에서는 “암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100%와 99.9%는 엄연히 다르다.”는 논리에 근거하여 보험금을 거부하면서 큰 혼란과 불신을 겪게 된다.
말트림프종의 쟁점은 단순히 코드 문제나 검사 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확진 과정의 특수성이 본질적인 문제다. 다른 암들과 달리 조직검사만으로 확정하기 어렵고, 추가적인 분자검사·면역검사를 통해서야 악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가 형식적인 병리 보고서만을 근거로 보험금을 거절한다면, 이는 환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보험은 불확실성과 불안을 줄이기 위해 존재한다. 말트림프종과 같이 확진 과정이 복잡하고 애매한 질환일수록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음에도, 보험사는 단 하나의 잣대만으로 모든 질병을 판단하려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조직검사만으로는 확진이 어렵다”는 질환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보험사가 약관에 적힌 문구 해석만으로 지급을 거절한다면 이는 제도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다. 말트림프종은 악성(암)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환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보험 실무와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이 더욱 요구된다.
[프로필 ] 최윤근 손해사정사
- 現) ㈜손해사정법인더맑음 대표
- 前) 마에스트로 법률사무소
- 前) ㈜동부화재 사고보상팀
- 前) ㈜에이플러스손해사정
- 사)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 사)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자문위원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