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윤근 손해사정사) 의사의 진료 목적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을 뿐, 보험금 지급을 염두에 두고 진단서를 작성하는 게 아니다.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수령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는 진단명과 질병분류번호가, 의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행정적 절차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신경절종(Paraganglioma)은 상당히 까다로운 분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종양이다.
부신경절종은 희귀 종양으로, 부신 자체에서 발생하지 않고 신경절·신경능선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부신에서 생기면 ‘크롬친화세포종’이라 부르지만, 부신 외 다른 부위에서 생기면 부신경절종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종양은 교감신경계(복부·흉부)뿐 아니라 부교감신경계(두경부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는 두통, 고혈압, 심계항진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지만, 수술적 절제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분류 체계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종양은 양성–경계성–제자리암–악성(암) 단계로 분류되는데 반해, 부신경절종은 양성(D코드)과 악성(C코드) 두 가지로만 갈린다. 때문에 침윤이나 전이가 명확하지 않으면 의사는 진단서에 D코드를 기재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는 여기서 틈을 파고든다. 조직검사지에 “Paraganglioma”라고 적혀 있고, 담당 의사가 발행한 진단서에 D코드가 적혀 있으면, 보험사는 당연히 “양성 종양”으로 판단하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는 환자가 가입한 암진단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환자 입장에서는 희귀 종양이라는 설명을 듣고 큰 수술까지 받았는데, 보험금은 한 푼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환자는 “종양인데 왜 암으로 인정이 안 되냐”는 불신을 느끼고, 보험사는 “조직검사 결과에서 악성이 아니므로 지급할 수 없다”는 논리를 고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신경절종의 쟁점은 단순히 코드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1. 발생 부위에 따라 질병분류번호가 달라진다는 점,
2. 양성과 악성으로만 나뉘기 때문에 경계성·제자리암 단계가 없다는 점,
3. 조직검사에서 전이·침윤이 확인되지 않으면 무조건 D코드가 부여된다는 점.
이 세 가지 쟁점이 겹치면서 환자는 보험 실무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결국 환자가 치료받은 현실과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하는 현실 사이에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부신경절종은 희귀하고 특수한 종양이지만, 진단 코드와 조직검사 결과만을 근거로 “암이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건 환자 권리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하지만 현행 실무상, D코드가 기재된 이상 보험사는 지급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금번 칼럼에서 알아본 내용들 외에도, C코드가 적용되었더라도 전이되지 않은 부신경절종은 암으로 인정할 수 없다던가, 혹은 환자가 치료하지도 않은 제3의 의료기관에서 의료자문을 시행함으로써 보험금 지급에 제동이 걸린다던가 하는 문제들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우리 보험 실무의 현실이다.
보험회사는 보험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겠지만, 판매한 보험에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을 누수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험이 갖는 본래의 원리에 따라서 정당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했을 때, 환자뿐만 아니라 보험사 또한 함께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필] 최윤근 손해사정사
- 現) ㈜손해사정법인더맑음 대표
- 前) 마에스트로 법률사무소
- 前) ㈜동부화재 사고보상팀
- 前) ㈜에이플러스손해사정
- 사)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 사)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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