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저금리와 부동산경기 회복 지난해 집단대출 수요 증가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여신가이드라인 안착으로 증가율은 낮아질 것”이라며 다소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5년 4분기중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는 1207조원으로 나타났다.
2014년말 가계신용 잔액이 1085조3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121조7000억원(11.2%)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증가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사상 최대 기록이다.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39조4000억원 증가한 1141조8000억원, 신용카드사와 렌탈업체 등 판매신용 규모는 1조7000억원 증가한 65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저금리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 빚의 60% 이상인 73조6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로 파악된다.
부문별로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4분기 중 22조2000억원 증가했다. 3분기 증가액 14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8조원 가량 커진 것이다. 이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실시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가세한 결과로 풀이된다.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도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3분기 6조3000억원에서 4분기 9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보험과 연금기금 등 기타 금융기관은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3분기 9조8000억원에서 4분기 7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호조에 따른 집단대출 수요가 늘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유독 가계빚이 많이 늘긴 했지만 당장 국내 경제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가계빚만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 국내외의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는 반면 급증하는 가계빚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안이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문제는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는 2007년 665억3000억원, 2008년 723조5000억원, 2009년 775조9000억원, 2010년 843조1000억원, 2011년 916조1000억원, 2012년 963조7000억원, 2013년 1019조원, 2014년 1085조2000억원으로 증가세다.
반면 소득 증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1분기 2.6%, 2분기 2.9%, 3분기 0.7%로 각각 집계됐다.
가계부채 1207조원임을 고려해 우리나라 인구 수 50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약 2400만원의 빚을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가계의 소득 증대를 위해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소득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정부의 의지만으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또 새로 만든 대출 가이드라인 역시 가계빚 규모를 줄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회복으로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급증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월 수도권, 5월 지방에서 시행되는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서 집단대출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집단대출의 빠른 증가세는 가계부채 총량의 기조적 확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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