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유령 회사를 설립해 허위로 계좌를 만들었더라도 그 과정에서 은행의 심사가 부실했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26)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윤씨는 2022년 5월 모르는 이로부터 "계좌를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은 뒤 실체가 없는 회사를 설립하고 회사 명의 계좌를 타인에게 양도해 은행의 업무를 방해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어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같은 해 7월 계좌로 입금된 400만원을 임의로 사용해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윤씨를 업무방해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직권으로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계좌개설 신청인이 금융거래 목적 등을 허위로 제출하더라도 이를 은행 직원이 철저히 검증하지 않았다면 위계(僞計)로 은행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피해 금융기관의 업무 담당자가 (사업자등록증 등 기본 서류 외에) 피고인에게 금융거래 목적 등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거나 이를 확인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며 "계좌가 개설된 것은 금융기관 업무 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추가 증거가 제출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파기환송심 법원은 윤씨에게 횡령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다시 형량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