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몰래 증여, 회삿돈 횡령 등 탈법적 행위를 통해 강남 부동산을 사들인 부동산 부자들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대거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에게 추징금을 부과하고, 악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람에 대해선 관련 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28일 ‘부동산 거래 관련 세무조사 중간 결과 및 추가조사’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 거래 관련 탈루혐의자 588명 중 세무조사가 마무리된 261명에 대해 581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8월 9일, 9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혐의자 588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국민들에게 부동산 거래 탈세방지 추진현황을 알리고, 잠재적 탈세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 그동안 부동산 거래 관련 세무조사 결과와 세무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세금 탈루 사례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나머지 327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함과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 금융정보분석원 혐의 거래정보를 입수해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255명에 대해 추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횡령·이름 없는 부의 증여…부동산 투기의 민낯
국세청이 공개한 부동산 세무조사 중간결과는 부동산을 둘러싸고 부의 축적이 얼마나 변칙적으로 이뤄지는 지를 낱낱이 드러냈다.
횡령한 회삿돈으로 주택도 사고, 법인세도 줄이고
회사 대표 A는 회사가 거래처에서 받을 돈을 개인 계좌로 입금 받는 방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했다. A는 횡령한 돈으로 강남구에 위치한 주택 3채를 샀다. 또, 모친으로부터 증여받은 현금의 일부를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회사 역시 A가 횡령한 돈만큼 만큼 법인 수입이 줄었고, 덕분에 법인세도 줄여 냈다. 국세청은 수십억원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추징했다.
나 몰라라 증여 소득 누락
대구에 사는 보건소 공중보건의 B씨는 재력가인 모친과 외조모 등으로부터 현금으로 거액의 돈을 증여받았지만,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B씨는 이 돈으로 서초구에 위치한 재건축 아파트 등 10억원대 부동산을 하고, 본인 거주 고급 아파트 전세금으로 사용했다. 국세청은 B씨에 대해 억대 증여세를 부과했다.
아내 명의로 다운계약 척척
광주시에 사는 C씨는 고액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동탄2신도시, 전북혁신도시, 부산 등의 아파트 분양권을 사들이면서 분양권 양도소득을 탈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자신과 배우자의 명의로 13차례나 거래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이용해 수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가 적발됐다. 다운계약서란 계약서상 매매가격을 실제 매매가보다 낮추는 수법을 말한다. C씨는 세금이 계약서상 매매가를 기준으로 매긴다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현금 매매로 소득 누락·은닉
부산에 사는 D씨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분양권 프리미엄을 과소신고했다. D씨는 분양권 프리미엄을 현금으로 받아 장모명의 통장에 은닉했고, 매수인은 D씨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6명의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하여 다운계약을 은폐하려 했다. 국세청은 프리미엄 누락에 대해 양도세 수천만원을 추징하고, 거짓 진술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소득 쪼개기 탈세
부산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E씨는 자신 외에 지인 명의로 부동산 중개 사무실을 다수 등록해 소득을 쪼갰다. 수입금액은 분산하고, 중개수수료 현금 수취분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식으로 중개수수료를 신고 누락했다. 국세청은 누락한 현금매출에 대해 수억원을 추징하고, 명의대여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매출 허위신고로 소득세 탈루
업무용 사무실 쓴다고 부가세도 탈루
주택 신축판매업자 F씨는 단순경비율을 적용받기 위해 직전년도 매출액을 허위로 신고해 소득세를 탈루했다. 또한, 업무용 오피스텔 분양수입금액을 면세로 신고해 부가세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F씨에 대해 소득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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