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펀드온라인코리아가 ‘한국포스(FOSS)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자산관리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플랫폼 중심의 자산관리로 공모펀드 판매 중심이었던 시장을 혁신하고, 고객에게 펀드와 관련된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5월 21일 신재영 한국포스증권 대표이사를 만나 시장과 기업의 변화, 그리고 생태계와 펀드투자문화에 대해 들었다.
대담_신승훈 | 편집국장 hoon@tfnews.co.kr
사진_김용진 | 기자 kyj@tfnews.co.kr
‘4세대 증권사’.
4차 산업혁명 시대라며 온 세계가 들썩거리는 시대이니만큼 일견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업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과거처럼 객장에 가서 주식을 사고파는 불편함대신 모바일 앱을 통해 편하게 사고팔 수 있다거나 AI에게 맞춤형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에 뚜렷한 의지와 철학이 있다면 확연히 달라진다. 국내 증권업의 변화과정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지향적 혁신을 함축한, 시간의 흐름과 질적 변화를 동시에 내포한 매력적 표현이 된다.
신재영 한국포스증권 대표(사진)는 인터뷰 들머리부터 ‘4세대 증권사’를 강조했다.
신 대표는 “1세대 오프라인 거래, 2세대 HTS, 3세대 모바일 주식거래 시대를 거쳐 모바일 자산관리 시대인 ‘제 4세대 증권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역설했다. 4세대 증권사야말로 새롭게 정립한 기업의 정체성이자 비전이라는 설명이다.
플랫폼 통한 판매채널 혁신
신재영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단어를 빅데이터로 분석하면 아마도 ‘4세대 증권사’와 ‘플랫폼’의 빈도가 가장 높았을 것이다. 사실 양자는 깊은 관계가 있다. ‘4세대 증권사’라는 기업의 비전을 달성할 열쇠가 바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한국포스증권은 이와 관련 여타의 증권사처럼 주식을 거래하는 대신 펀드상품과 운용사,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중심에 둘 계획이다.
신 대표는 “주식은 분초를 다투는 주문이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으로 처리하기엔 위험요소가 있다. 하지만 펀드 등 자산관리 상품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추이를 보며 고를 수 있다. 자산관리에 특화된 플랫폼을 지닌 증권사는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개인투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저금리로 인해 은행 저축으로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고개의 안정적 자산증식을 위한 ‘생활금융투자플랫폼’이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4세대 증권사’가 주력해야 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신 대표의 이같은 전망에는 디지털 시대의 투자, 소비문화의 변화도 한 몫 한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는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상대적 가치보다 실제 고객에게 제공되는 절대적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고객의 안정적 자산관리를 위한 플랫폼이 절실한 이유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신 대표는 “공모펀드시장 규모가 10년 째 200조원 수준으로 정체되는 이유는 기존 판매채널이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고객 중심의 판매채널 혁신으로 펀드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선 창구에서는 비싼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나 그룹 계열사의 펀드를 우선적으로 권유하기도 하고, 판매 채널의 수익을 중심으로 판단해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펀드의 교체를 추천하기도 한다.
단기로 교체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운용하며 상품을 키워나가는 운용사의 전문성이나 책임성도 외국 기업에 비해 낮다.
이로 인해 펀드 유형별 최근 3년 수익률이 전 유형 (+)성과(※2019.5.8.제로인 대유형 기준)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펀드시장의 신뢰도는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게 신 대표의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대다수 고객들은 주식보다 펀드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주식에 비해 사고파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수수료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달 혹은 분기별로 운용실적을 보내 오지만 내가 가입한 펀드의 운용수익이 얼마인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모두 판매자 중심의 판매채널 관행이 가져온 문제다.
“상생 가능한 생태계 만든다”
“디지털화를 통해 표준화, 정형화된 서비스를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가미한 맞춤형 서비스를 가장 저렴하게 제공할 것이다. CEO가 할 일은 기업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고객과 사회에 밝히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신 대표는 앞서 언급했던 디지털 시대의 절대가치 시장에서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시간에 맞춰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SNS가 활성화 되고 있는 만큼 고객의 경험이 소셜마케팅과 결합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포스증권은 앞으로 모든 계좌개설, 송금, 입금, 종목선택, 매수매도, 가상계좌를 활용한 모의투자, 인공지능 기능을 도입한 상담 등 자산운용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가능케 할 계획이다. 당장 오는 9월 내놓을 앱에는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AI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기능도 장착할 예정이다.
신 대표가 추진하는 플랫폼 중심의 사업이 정착될 경우 고객의 생활과 펀드상품, 그리고 운용사가 모두 상생하는 생태계 구성도 가능해진다.
수수료가 내려가고 고객에게 실력 좋은 운용사를 매칭시켜줄 수 있다. 운용사간 협업도 가능해진다. 단순한 금리나 운용수익 등을 넘어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는 협업과 공생이 가능하다”며 “펀드와 관련된 고객과 운용사, 핀테크사, 사모펀드사 등이 모두 모여들어 매칭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관리, 그리고 도전
한국포스증권의 전신인 펀드온라인코리아는 2013년에 설립됐다. 당시부터 ‘4세대 증권사’를 지향해 보다 젊고 혁신적으로 경영을 해야 했지만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유인요소가 없었다는 게 세간의 평이었다.
때문에 최근 신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 ‘변화’와 ‘혁신’이다. 젊고 혁신적 방향으로 변화관리를 추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단순히 사명과 CI만 바꾼 것이 아니라 변화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고객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사무공간도 바꾸었다. 특히 플랫폼의 핵심인 앱을 혁신적으로 변화 중이다.
바뀐 앱은 오는 9월 첫 선을 보일 계획이다. 혁신을 위한 신 대표의 도전이 드러나는 사례 중 하나가 인력현황이다. 현재 50여명의 직원 중 신입사원이 10명이나 된다는 점은 금융사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디지털 금융은 남과 다른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창의적이어야 한다. 특히 우리 회사는 젊은 중산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만큼 그들의 언어와 감성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직원들이 필요했다. 매우 도전적이지만, 신입사원의 비율을 높인 것은 이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에서 온 직원들도 열심이지만 주요고객층을 고려한 실행계획을 수립할 때 기존의 도그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젊은 친구들이 소셜마케팅, 유튜브, 절대가치에 대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HOW에 대한 감각이 있더라”라고 전했다.
리더로서 변화하는 타이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역시 속도와 방향이었다. ‘사람’도 잊지 않았다. 그는 취임 후 직원들에게 한국전기초자의 혁신사례가 담긴 ‘우리는 기적이라 부르지 않는다’라는 책 이야기를 했다.
“책의 첫 페이지, 첫 문장이 ‘우리의 변화는 숨가쁘게, 한방향으로 일시에 이루어졌다’였다. 그만큼 속도와 방향, 그리고 혁신을 추진할 사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신 대표가 밝힌 리더십은 솔선수범이다. 리더는 변화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가장 앞서 실행하며, 이 모든 과정에 간절함을 지녀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은행과 증권의 중간 지대에서 적립식 상품을 다양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인생 이벤트마다, 학자금, 결혼자금, 주택구입자금, 여행자금, 퇴직 후에는 IRP와 연금 등 고객들의 인생주기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연금명가’로 불리는 주거래 금융기관이 되고 싶다.”
구매자, 공급자, 협력자, 조언자 모두에게 유익한 장이 될 생활금융투자플랫폼의 탄생. 인생에서 가장 바쁜 한해를 보내고 있다는 신재영 대표와 한국포스증권의 행보를 기대한다.
한국포스증권은
한국포스(FOSS)증권의 FOSS는 ‘Fund Online Safe Service’의 약자다. 온라인으로 다양한 펀드상품을 안전하게 제공한다는 의미다. 이 포스에는 중의적인 의미도 있는데 우리말 발음은 같지만 ‘FORCE’로 읽으면 ‘강력한 힘’, ‘능력’, ‘집단’ 등을 의미하기도 하고 ‘4th’일 때는 제4세대 증권회사임을 나타낸다.
‘한국’은 새로운 대주주인 한국증권금융의 자회사임을 나타내고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증권’을 넣었다.
신재영 한국포스증권 대표는 “지금까지는 자금이 부족해 신속하게 일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신용등급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한국증권금융이 대주주로 들어오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인수 배경에도 펀드시장 활성화 등이 있을 만큼 소명과 철학, 방향이 명쾌한 상황이다. 때문에 플랫폼을 통한 공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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