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국내 핀테크(금융+첨단기술) 기업들이 성장하려면 금융회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6일 공개한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한 핀테크 기업의 성장 경로가 아직 부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핀테크 기업들이 M&A와 투자유치를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전자상거래나 소셜미디어 등 비금융 플랫폼을 확보한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최근 핀테크의 글로벌 트랜드라고 소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벤처캐피탈, 사모투자(PE), M&A 등으로 핀테크에 투자된 금액은 2016년 70조원에서 작년 123조원으로 늘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지급결제 분야를 중심으로 거래규모가 1조원을 넘는 '메가딜'이 여럿 성사되고 있다.
미국의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지급결제, 온라인대출, 보험 등 전통적인 금융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알리페이(알리바바)와 텐페이(텐센트)의 시장점유율이 94%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핀테크 기업 투자가 주로 벤처캐피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최근 4년간 96건의 핀테크 기업 투자 중 M&A는 9건에 불과했다. M&A는 주로 성장단계 기업들에 대한 메가딜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가치가 1조원을 넘는 '유니콘 기업'이 간편결제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1곳뿐이다.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은 39개다.
따라서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회사와 '경쟁'이 아닌 '협업'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 영국 송금업체와 인터넷은행, JP모건과 영국 크라우드펀딩, 캐나다 은행과 미국 모바일은행 등의 협력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 역시 글로벌 트렌드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오픈뱅킹'이 본격 적용되면 은행 등 금융회사는 핀테크 기업과 협력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독자 생존을 추구하는 핀테크 기업은 고객충성도가 높은 빅테크 기업과의 심화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빅테크 기업인데, 신생 핀테크 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들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은행 등 금융회사와 손을 잡고 경쟁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를 기반으로 예·적금 계좌 개설, 투자, 보험·대출에 진출한 데 이어 제3인터넷은행 사업도 추진한 데서 보듯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도 '종합 금융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금감원은 전했다.
이 밖에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징동금융 등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인슈어테크(보험+첨단기술), 블록체인 기술 확대, 클라우드 인프라 전환 등이 글로벌 트렌드로 소개됐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직접투자를 허용하고 모험자본의 핀테크 투자 활성화 정책을 병행하면서 스케일업 펀드규모를 확대하는 등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핀테크, 빅테크, 금융회사 간 경쟁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비대면 거래나 금융 플랫폼 사업 확대 등에 대응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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