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내년 가상자산 과세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금을 매기려면 정확히 얼마의 소득이 발생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현 단계로는 파악도 안되고,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도 안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의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27일 “과세는 명확한 원칙에 의해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고 있지만, 신종 가상자산인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Non-fungible Token) 과세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콘텐츠, 영상‧사진‧음원 등은 복사가 가능하나, NFT는 일종의 디지털 진본으로 유일성을 인정받는다.
노 의원은 당장 BTS가 NTF로 굿즈를 팔아도 과세할 방안은 없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암호화폐만 과세를 할 경우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해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가능한지 자체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양도소득세를 매기려면 얼마에 샀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거래소 간 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이를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현 단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거래소에서 사들인 암호화폐의 경우 해당 국가가 대한민국 국세청에 정확한 정보를 직접 제공할 의무도 없어 과세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노 의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가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기재부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를 통해 발생한 수익에도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디파이의 특성상 원천징수를 할 주체가 특정되지 않을뿐더러 개인간 P2P 거래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더욱더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노 의원은 이자수익으로 원천징수 하는 것은 디파이 수익을 ‘금전대차거래’로 보는 것으로, 코인을 ‘금전’으로 보지 않는다는 기존의 방침과도 모순된다고 설명했다. 원천징수 세율이 25%로서 코인 양도세율인 20%와 다른 부분도 정부의 미흡함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과세를 안 하자는 것이 아니라 1년간 유예를 통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후 시행하자는 것인데도, 정부가 세금을 거둘 능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무리한 결정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데 국민에게 세금을 매기면서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이 밀어 붙이기만 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가상자산 산업은 과세가 우선될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 며 “대선 공약과 추가 업권법 발의 등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발전시켜 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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