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라살림 적자 폭이 100조원을 넘고, 중앙정부 국가채무는 240조원이나 불어난 가운데 여야 대선 후보들이 대규모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우려된다.
지출 구조조정이나 증세와 같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없는 한 이같은 공약들은 결국 나랏빚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0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계됐다.
그나마 지난해 국세수입(344조1천억원)이 7월의 2차 추가경정예산 대비 29조8천억원 늘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으나, 역대 최대 규모 재정지출에 따른 적자를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2020∼2021년)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최소 1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올해 재정 운용은 더욱 불확실하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얼어붙고, 기업 수출 실적을 좌우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세수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 탓이다. 최악의 경우 올해 세수가 전망치(343조4천억원)를 밑돌아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납세자연합회는 "최근 부동산 거래량이 작년과 비교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특히 양도소득세수가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올해 세수가 작년처럼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은 수백조원대 재정이 소요되는 공약을 내놨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국정 공약 270여개를 이행하는 데 300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보상과 매출 회복 지원에 대해서는 긴급 추경 편성은 물론, 긴급재정명령까지 동원해 50조원 이상을 즉각 투입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입장이다.
이 후보는 또 임기 내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보편 기본소득을 추진하고, 당장 내년부터는 만 19∼29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감면을 확대하고 1주택 장기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유예하며, 연말정산 근로소득공제 금액을 상향하는 등 실질적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국정 공약 200개 이행을 위해 266조원 규모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시했다. 윤 후보 역시 당선 직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보상에 당장 50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1년간 월 100만원씩 총 1천200만원의 부모 급여를 지급하고, 중산층·서민·저소득층 어르신 대상 기초연금을 월 최대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도 윤 후보의 주요 공약이다.
아울러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아예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종부세는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윤 후보는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국정 공약 100개 이행에 연간 40조3천억원, 5년간 201조원가량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대다수 공약의 재원 조달 방안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후보는 대부분 공약 재원 조달 방안으로 국비 및 지방비, 민간 투자자금을 활용하겠다고 제시했다.
공약 중 보편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과 탄소세를 도입해 재원으로 삼겠다고 명시했으나, 이 또한 단기적으로는 25조원 규모의 예산 절감 및 25조원 이상의 조세감면 축소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 역시 세출 및 재량지출 구조조정, 예산 비율 조정 등을 주요 재원 조달 방안으로 들었다. 재원 조달 방안으로 명확히 '증세'를 제시한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갈수록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단순한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천문학적인 재정 소요를 감당하기는 무리가 있다.
결국 추가로 세수가 확보되지 않는 한 차기 정부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면 공약은 사실상 부채로 쌓일 확률이 높다"면서 "이 과정에서 적자국채가 늘면 국채 및 회사채 금리가 차례로 상승해 기업들의 자본 조달이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는 국채 가치 하락으로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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