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안팎 경제환경 악화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자 윤석열 정부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에 이어 취득세 중과 해제를 검토,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세금 중과 정책이 사실상 하나씩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고금리에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신음소리가 커져가고 앞서 부동산 과열이 식어갈 무렵 검토했던 세제 완화 스케쥴상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서 윤석열 정부 기조에 맞서지 않고 관련 세법을 합의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14일 기획재정부는 “지난 2년여간 이어져 온 취득세 중과 조치를 완화,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매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는 조세 전문가들의 주장을 수용, 양도세·종부세에 이어 취득세 중과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알려졌다.
이와 관련,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며 “큰 이견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국회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14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취득세 중과는 시장 과열시기에 필요한 것으로, 지금과 같은 대세 하락기에는 맞지 않는다”면서 “앞서 ‘이걸 먼저 조정하자’는 내부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장상황 고려하면 취득세(완화)가 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보유세→양도세 순서로 가야 되는 것”이라면서 “여야를 떠나 취득세가 조세저항이 적어서 그냥 내버려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집권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취득세제를 시장안정의 도구로 활용한 측면이 강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부동산 폭등 때도 취득세 중과를 더 강화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면서 “내부에서 취득세 완화를 막았다는 얘기도 있고, 정책위 쪽의 고집 때문에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집권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조세 원리보다 시장통제도구로 부동산 조세정책을 남용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집권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현재 안팎 경제환경에서는 부동산 경기를 되지피는 것 이외에 달리 뽀쪽한 수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 행보를 잇따라고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크게 다른 기조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위 야당의원실 관계자는 “주택담보 대출자들도 많고, 건설사들의 걱정도 만만찮고”라면서 “현재 경제 체제 하에서는 답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윤 정부 부동산 부양정책기조에 딱히 반대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답했다.
한편 2020년 발표된 7·10 대책은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양도·취득 등 전 과정에 걸쳐 부담을 키우고, 이들이 주택을 처분할 퇴로마저 막았다고 평가돼 왔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조정지역 2주택·3주택 이상)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최고 6%로 올림는 동시에 서울 등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할 때는 최고 82.5%(지방세 포함)의 중과세율을 물리는 징벌적 중과세제를 도입했다. 게다가 종전까지 최고 4%(4주택 이상)였던 주택 취득세율도 최고 12%(3주택 이상)까지 올렸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7·10 대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부동산 세제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우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 배제키로 결정, 규제지역 다주택자들은 중과세율이 아닌 최고 45%의 기본세율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 또 양도차익의 최대 30%까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허용했다.
당정은 이와 함께 주택 수에 따른 종부세 중과 체계를 폐기하고 가액 기준 과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종부세 비과세 기준선인 기본공제 금액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1세대 1주택자는 12억 원)으로 올리고, 종부세율은 최고 6.0%에서 2.7%로 인하하는 방안이다.
이후 여야는 규제지역 2주택자를 포함한 2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중과를 폐지하되, 3주택부터 중과세율을 매기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 아울러 3주택자도 각종 공제를 제외한 과세표준이 12억 원(공시가 환산시 약 24억 원)을 넘지 않으면 중과 대상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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