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부실채권을 소각해 장기 연체자를 구제하는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이 결실을 맺어 '주빌리 은행'으로 본격 출범한다.
가계부채-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하여, 사람을 살리는 착한 은행 ‘주빌리은행’이 27일 오전 10시 서울시 시민청에서 출범식이 열렸다.
주빌리 은행은 은행법에 근거해 설립된 상업은행은 아니다. 한국의 약탈적 금융구조를 문제점을 드러내고, 빚 때문에 자살로 내몰리는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은행’이다.
공동은행장으로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맡아 향후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주빌리은행은 일반인들이 예금을 하거나 대출을 받기 위해 찾는 일반적인 은행이 아니다. 암암리에 사고 팔리는 장기 연체자들의 부실채권을 사기 위해 만들어진 은행이다.
현재 은행에서 돈을 빌려 3개월 이상 연체되면 은행은 그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고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버린다.
은행에서 대부업체로 또는 큰 규모의 대부업체에서 작은 규모의 대부업체로 헐값에 팔리는 (부실)채권들은 원금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
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인 대부업체는 원금뿐만 아니라 연체이자까지 독촉하여 받아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채무자들은 혹독하고 비인간적인 추심 압박을 받게 되고, 추심압박에 못 이긴 채무자들은 다른 빚으로 돌려막기를 하며 점점 빚의 굴레에 빠져들거나 심지어는 자살을 감행하기도 한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헐값에 사고 팔리는 부실채권시장의 특징에 주목하여 이를 공론화하고 비영리단체 최초로 이 부실채권을 사서 채무자의 형편에 맞게 적극적으로 구제해 줄 것”이라며 “형편이 전혀 안 되는 채무자들은 과감하게 탕감해줄 것이고, 최대 93%까지 부채 원금을 감면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특정 채권을 살 수는 없지만 빚으로 고통 받는 채무자들이 자유로워지도록 상담하고 교육하고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건전한 생활인이었던 서민들이 ‘악성 채무자’, ‘장기 연체자’의 굴레에 빠져드는 데에 약탈적 금융을 자행한 금융회사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공론화하겠다”며 “주빌리은행은 채무자의 상황에 맞게 채무를 조정해 주고, 돈을 빌려줄 때와 마찬가지로 돈을 돌려받을 때에도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함을 실천을 통해 직접 입증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단법인 희망살림’에서 진행해 온 ‘빚 탕감 프로젝트 -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는 미국의 유명 시민단체인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2012년 11월부터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부실 채권을 사들인 뒤 소각하는 빚 탕감 운동에서 아이디어를 가져 왔다.
‘희망살림’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14년 4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총 7차에 걸쳐 792명의 생계형 채무자들이 지닌 51억원 상당의 채권을 매입한 후 소각하였다. 이를 통해 불법추심에 시달리던 장기 연체자들이 빚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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