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국내 일부 법인들이 법인 차량에 부착해야 하는 ‘연두색 번호판’을 회피하고자 다운계약서 작성, 자동차보험 가입자 바꿔치기 등의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이러한 꼼수 진행 과정에서 법인 차량에 대한 취득세·등록세·개별소비세 등의 탈세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일부 법인들이 법인 차량에 부착하는 ‘연두색 번호판’을 회피하기 위해 각종 편법 행위를 일삼고 이 과정에서 탈세의심 정황까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등록된 법인차 중 수입차 수는 총 4만7242대로 집계됐는데 이중 일반소비자 가격 8000만원 이상 승용·승합차는 1만8898대다.
이 가운데 차량가액을 8000만원 이하로 일반 소비자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량 수는 6290대로 파악됐다. 올해 상반기 등록된 차량은 모두 신차로 법인이 최초 취득가를 신고한 것이다.
예를 들어 A법인이 취득가 5690만9091원으로 신고한 BMW ‘M8 쿠페 컴페티션’의 경우 차량판매사이트(6일 기준)에서는 2억494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당 판매사이트를 통해 기본가에 차량을 구매했다면 납부해야할 세금(취득세·등록세·개별소비세, 서울시 기준 공채할인) 추산액은 3008만3000원이다. 하지만 차량 구매가액을 낮게 신고한 A법인의 세금 추산액은 762만5817원에 불과하다. 즉 판매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때와 비교해 2200여만원의 세금을 덜 납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김은혜 의원은 “일부 법인들의 구입가격 축소 신고로 인한 취·등록세 및 개별소비세 등의 탈세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며 “이는 현행법상 자동차 등록을 ‘신고제’로 하고 있기에 이같은 꼼수 등록과 탈세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차량 구매자(법인 포함)는 차를 등록할 때 제조사가 만들어 발급한 차량제작증에 적힌 ‘자동차 출고(취득)가격’을 ‘신고’하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김은혜 의원은 ‘연두색 번호판’ 회피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는 중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수입차업체가 차량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차대번호’까지 변경해 다운계약서용 할인판매의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차대번호는 제조국·제조사·차종·배기량·모델연도·생산공장 등의 정보가 포함돼있으며 알파벳과 고유번호 숫자 등 17자리로 구성돼있다. 제조국·제조사는 국제기준에 따르지만 차종·배기량·제작연도·생산공장·고유번호는 제조사가 자체 부여한다. 차량 생산시기를 의미하는 모델연도는 10번째 칸에 기재한다.
문제는 ‘자동차 차대번호 등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생산연도를 임의 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규정(제2조 제4호)에 따르면 차량의 실제 생산 시기와 관계없이 24개월 내에서는 생산연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차량 부식 등의 경우 차대번호의 재부여도 가능하다.
실제 앞서 탈세 의혹 사례로 소개된 A법인의 ‘M8 쿠페 컴페티션’ 차량은 신규등록 차량이지만 국토부에 등록된 모델연도는 2020년이다.
김은혜 의원실은 “현 제도상 제조연도 등 차대번호를 제조사가 부여하게 돼있다”며 “만약 수입차 회사가 차대번호 부여의 허점을 이용해 실제 제작연도와 차대번호상 제작연도를 다르게 만들어도 국토부 등 관계기관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김은혜 의원실이 직접 조사한 결과 최근에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를 바꿔치기해 ‘연두색 번호판’을 회피하는 수법도 쓰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 등록 시 차대번호로 가입된 개인보험 가입증명서를 제출해 개인차량인 것처럼 속여 일반 번호판을 발급받고 법인 명의로 변경하는 수법이다.
김은혜 의원실 비서관과 통화한 B딜러사 관계자는 “최근 (법인 차량에 대한)다운계약서 단속이 많아졌고 처벌이 만만치 않다”며 “차량가액이 다운계약서를 쓰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금액의 차량은 개인보험 가입 후 등록으로 일반번호판을 받고 법인 보험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출고하는 편이 낫다”고 권유했다. 이는 차량 등록시 보험가입 여부만 확인하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김은혜 의원은 “차량 가액을 불러주는 대로 인정하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신종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법 행위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국민 신뢰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객관적인 차량 가액을 기준으로 꼼수 등록을 막고 세원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차량 등록 시스템 재정비하는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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