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자금융통을 위해 가공(거짓)거래로 대출을 받는 행각에 대해 금융당국이 감독을 게을리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당국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요구에도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도 않았다.
감사원이 공개한 ‘기업금융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에 따르면, 시중 5개 은행이 지난 3월 한 달간 취급한 3억원 이상 결제성 여신(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 중 전체 대출액의 9%(3168억원 규모)가 실제 상거래가 있었는지 불분명한 경우로 드러났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란 구매기업이 대출을 받아 납품기업의 대금을 치르는 금융거래 방식을 말한다. 다만, 구매기업이 직접 대출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납품기업이 돈 대신 외상매출채권을 받고 이를 은행에서 현금화하면, 구매기업이 그 현금화한 돈을 갚는 구조다.
당국은 은행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해줄 때 일시적 자금융통을 위해 업체들이 서로 짜고 거짓거래로 대출을 받거나, 대출금을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전산으로 입력된 세금계산서를 통해 면밀히 확인해 실제 거래 여부를 확인하는 지 감독해야 한다.
감사원이 7개 시중은행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취급한 1억원 이상 규모의 결제성 규모를 검토한 결과, 판매기업과 구매기업간 실제 상거래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된 부당대출은 47건(125억원)이었으며, 부당대출로 의심받는 건은 402건(885억원)에 달했다.
이중엔 ▲외상매출채권으로 돈을 쓴 후 만기시점에 구매기업에 대출금을 보낸 판매기업 ▲아예 직접 대출금을 상환한 판매기업 ▲구매기업이 자금융통을 위해 거짓거래를 만든 경우 등도 있었다.
이름만 다르고 실제론 소유주가 같은 기업이 거래를 바탕으로 대출을 받은 결제성 여신은 2조1798억원(2649건)에 달했으며, 이중 중간에 거래를 취소한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이뤄진 부당대출도 1082억원(184건)에 달했다.
관련 시스템 구축도 미비했다.
지난 2011년 12월 금융감독원은 감사원으로부터 은행의 결제성 여신 관련 외상매출채권 담보거래와 세금계산서 등 관련 상거래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처분요구했고, 2015년 12월 은행 인터넷 뱅킹과 연계한 조회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17개 은행 중 영업점 대출이나 인터넷 대출 시스템이 연동되지 않은 은행은 5개나 됐고,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연동시점도 은행 자체 사정을 이유로 달리 했으며, 일부 결제성 여신 상품 중에선 인터넷 뱅킹 시스템 연동없이 취급됐다.
감사원이 2016년 3월 한 달간 7개 은행이 취급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 결제성 여신 5354건, 4조3948억원을 검토한 결과, 100건의 세금계산서가 163건의 대출에 중복사용되고, 세금계산서 상 공급가액보다 858억원이 초과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조차 못했다.
금융감독원 측은 결제성 여신 관련 상거래자료 조회시스템을 보완하고, 은행 여신 업무 적정성을 점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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